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잇따라 외교 상대국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유세에서 “남미에 ‘아’ 뭐, ‘브’ 뭐 하는 나라, 한때 정말로 잘나가다가 군사·사법 쿠데타로 완전히 망가졌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비판하며 한 얘기였다. 김 후보는 18일 TV토론에서 “중국 공산당은 6·25 때도 우리나라를 쳐들어와서 적국이지 않나”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 중요하다는 이 후보의 발언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무리 선거라 해도 국가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이들 나라를 상대에 대한 공세 소재로 삼은 것은 가벼운 언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정치 경제의 부침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남미 경제 규모 1, 2위이고 G20 회원국으로서 양자·다자외교 무대에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만큼 이 후보의 표현은 사려 깊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트럼프 시대 미중 패권 전쟁과 북핵 고도화라는 난제 속에서 정밀한 외교 접근이 필요한 나라다. 6·25전쟁 때 우리와 맞섰다 해도 33년 전 수교한 만큼 김 후보의 표현은 신중하지 못했다.
그간 두 후보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는 발언들로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의 ‘셰셰’ 발언은 미국의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칭한 김 후보의 언급은 한중관계를 헤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두 후보는 그런 발언을 해놓고 당선될 경우 어떻게 해당 국가들을 상대하려고 하는가.
정작 두 후보는 트럼프발(發) 외교안보 격랑을 어떻게 헤쳐 갈지 구체적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역 협상, 방위비 인상 압박, 미중 사이 한국의 좌표, 북핵 대응 등 인수위도 없이 취임 즉시 맞닥뜨릴 파고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면서 외교 부담을 더 지울 수도 있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의 행위는 대한민국의 행위다.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국가 전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경솔한 언사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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