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구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공동취재) 2025.6.3/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 재구속된 이후 3차례 연속으로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특검의 출석 요구에 내내 불응하더니 재판마저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특검이 다음 달 6일 출석하라고 통보하자 한 번에 한 개 혐의씩 짧게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대 사건의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조사 방식을 조율하려 드는 건 일반 국민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불출석 사유로 건강 문제를 내세우지만 며칠 전 법원의 구속적부심에는 직접 나와 석방을 호소했다. 의학적 소견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또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특검이 공소 유지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기소된 사건도 특검이 넘겨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특검법에 명시돼 있다.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재판을 거부하면서 변호인 접견은 하루 평균 2회 이상 한다고 한다. 얼마 전엔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옥중 메시지를 냈는데 자기가 한 말도 지키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특검에 ‘혐의별 분리 조사’ ‘조사 후 3, 4일 휴식 보장’ ‘오후 6시 전 조사 종료’ 등을 요청했다. 김 여사가 받는 혐의는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 조작,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 16개에 달한다. 특검 수사 기간이 150일인데 위 조건대로라면 김 여사가 1개 혐의에 1번씩만 조사받는다고 가정할 때 80일 가까이 걸린다. 수사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앞서 김 여사는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검찰이 출석 요구를 했을 땐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검이 임박했다”며 미루더니 특검 수사를 앞두고는 돌연 병원에 입원했다.
방대한 특검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게 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윤 전 대통령 부부다. 여러 의혹이 쌓이고, 은폐된 탓에 대규모 인력이 실체 규명에 동원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 부부는 ‘황제 조사’로 비칠 만한 대우를 요구하고, 갖은 핑계로 재판을 회피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얽힌 사건으로 수많은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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