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이제야 “모든 책임은 내게”… 진심이라면 전모부터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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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2025.07.09.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변호인을 통해 모든 책임은 군 통수권자였던 자신에게 묻고, 비상계엄에 가담했던 군인들에 대해선 탄압을 멈추라면서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비무장으로 2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상관의 명령에 따라 기동하였을 뿐인 군인들을 내란 세력으로 모는 반국가세력에 울분을 참을 수 없다고 늘 말씀하신다”고도 전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보였던 태도와는 거리가 한참 먼 것이다. 군인들을 형사처벌 위기로 내몬 장본인이 다름 아닌 윤 전 대통령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전화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반헌법적 지시를 했고,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뒤에도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된다면서 압박했다. 그래 놓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선 군인들이 지시받았던 내용을 증언하자 이를 부인했다. ‘의원이 아닌 요원’ 운운하는 말로 빠져나가려 했고,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다면 왜 반발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헌재는 위법한 명령을 한 적이 없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그를 파면했다.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군인들은 윤 전 대통령과 달리 대체로 혐의를 시인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명령을 거부하지 못해 후회스럽다며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고, 윤 전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당시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단호하게 군복을 벗겠다면서 방어권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며 책임 규명 절차에 일절 불응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은 재판에서 “대통령님이 그날의 진실을 가리고 저와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다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군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동원했던 군인들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켜주고 싶다면 이제라도 계엄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면 된다.


#윤석열#비상계엄#내란재판#윤석열 재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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