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금체계 조정 없는 정년 연장… 청년들은 어쩌라고

  • 동아일보

코멘트
정부와 여당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족한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는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늘려 2041년에는 6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 입법에 나설 방침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 필요성이 커진 게 사실이다. 현행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상향돼 은퇴 후 소득 공백 문제 역시 심각하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같은 완충장치 없이 법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하는 방식은 숱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정년 연장 관련 법안들 대부분이 현행법에서도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없앴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대부분인 현행 구조에서 정년만 강제로 연장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여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임금 삭감 없이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최대 30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 잠식으로 이어져 세대 간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법정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5∼59세 근로자는 8만 명 증가한 반면 23∼27세 근로자는 11만 명 감소했다.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채용은 1.5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미래 세대의 좌절감을 더 키우고, 혜택도 대기업과 정규직 등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줄이려면 정년 연장에 앞서 고용 방식 다양화 등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 60세 이후에도 회사와 계약을 맺고 계속 일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는 만큼, 강제적인 정년 연장 대신 업종과 기업별로 다양한 형태의 ‘퇴직 후 재고용’을 활성화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년 연장#법정 정년#고령화#저출산#노동시장#임금체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