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의원 自家 45%가 서울, 20%가 강남… 이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5일 23시 27분


코멘트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News1
22대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1채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의원 299명 가운데 유주택자는 234명이었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총 299채였다. 이 가운데 44.8%인 134채가 서울에 있었다. 서울 지역구가 49곳임을 감안하면 서울 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실제론 서울에 집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의원들이 보유한 주택의 20.4%인 61채는 서울 중에서도 특히 강남 4구에 집중돼 있었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의원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20명, 개혁신당·조국혁신당 각각 1명이었다.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강남 4구에 집을 가진 의원 중 16명은 자기 집에 자신이나 가족이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들였다.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12개 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강남 자가에 세입자를 들인 의원 16명 중 10명은 민주당, 4명은 국민의힘이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보유한 송파구 아파트를 임대하고 본인은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전세로 거주한다.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도 강남구에 소유한 아파트를 임대했다. 선거 때면 지역 일꾼을 자처하고 균형 발전을 외쳤지만 지역보단 ‘강남의 내 집’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행태가 잇따르며 정책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는 대책을 주도하면서 “돈이 쌓이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고 했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정작 본인은 갭투자로 수억 원의 이익을 낸 것이 알려져 결국 사퇴했다. 국회에선 여야가 서로 상대방의 고가 부동산 보유 현황을 공개하며 누가 더 위선적인지 도토리 키 재기 공방을 펼쳐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겼다.

실거주 목적 이외에는 집을 팔라고 강제할 순 없겠지만, 정책의 신뢰성을 위해 고위공직자들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결단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과 입법을 담당하는 고위공직자들이 ‘강남불패’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주택보유#강남4구#부동산정책#갭투자#고위공직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