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62세에서 64세로 점진적으로 늦추는 연금개혁 조치를 시행 2년 2개월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급했던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 중단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재개 시기는 차기 대선 이후인 2028년으로 미뤄 다시 시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2년 전 헌법 특별조항을 이용해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이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국 좌초하고 만 것이다.
2023년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여론조사상 지지율보단 국가 전체의 이익을 택하겠다”며 연금개혁의 승부수를 던졌고 그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소득 감소에 대한 여론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반대로 위기를 겪었다. 지난 2년간 총리가 다섯 번이나 교체되는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고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개혁 중단으로 향후 2년간 22억 유로(약 3조70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때 성공 사례로 꼽혔던 프랑스의 연금개혁 실패는 일단 ‘복지병’이 깊어지면 치유가 어렵고, 아무리 급해도 사회적 설득과 통합 노력 없이 밀어붙이기만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연금 수령자 증가 속도가 프랑스보다 2.4배나 빠른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더 큰 개혁 압박을 받고 있지만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올해 3월 국회에서 18년 만의 모수(母數) 개혁에 합의했지만 ‘더 내고 더 받는’ 반쪽 개혁에 그쳤고, 구조개혁 후속 논의는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6대 핵심 분야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등시켜야 한다”며 연금개혁을 주요 과제의 하나로 꼽았다. 개혁의 의지와 동력이 살아있는 정부 임기 초기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선거를 의식해 여론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간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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