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도 헤어짐도 독특한 관계가 있습니다. 정신분석가와 분석을 받는 사람 사이입니다. 분석은 수년 동안 분석가와 분석을 받는 사람이 사회적 관계가 아닌, 특수한 치료적 관계를 기반으로 협력해 이루는 치료입니다. 이 역시 언젠가 끝나야 합니다. 분석의 종결이라고 합니다. 종결을 지나치게 일찍 해도, 너무 오래 지연시켜도 생각을 깊이 해야 할 어려운 문제입니다. 조급하게 떠나려 하는 사람도, 헤어짐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일주일에 네 번, 한 번에 거의 한 시간, 수년에 걸쳐 누구를 만났다면 어찌 쉽게 헤어질 수 있겠습니까. 멀지만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나, 오래 누적된 친밀함이 헤어짐을 어렵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대로 된 분석이라면 헤어짐은 분석적 논의의 대상이 되고 헤어진 이후에 분석가의 존재는 떠나는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아 스스로 하는, 자기 분석의 기초가 될 겁니다.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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