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생드니는 잘린 자신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생드니를 머리에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언젠가 죽을 것이고, 나는 그 죽음을 의식하고 있으며, 지금 흐르고 있는 이 시간은 그 이전에 내가 허송했던 시간과는 다르다고. 또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생드니를 그린 그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시 한번 나직하게 말해본다. 나는 이미 죽었으며, 그러기에 좀 더 살아갈 수 있다고.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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