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인 경수(류준열)에게는 비밀이 있다. 낮에는 못 보지만 빛이 사라지는 밤이 되면 볼 수 있는 주맹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을 가진 그는 어의 이형익(최무성)의 눈에 들어 궁에 들어가게 된다. 안태진 감독의 영화 ‘올빼미’는 그 제목처럼 오히려 밤이 되면 보이는 경수라는 독특한 인물을 통해 목격된 궁궐 안에서의 살인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모두가 보지 못했던 걸 어둠 속에서 보게 된 자의 이야기.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고 수일 만에 죽었는데,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 영화가 소재로 가져온 건 인조실록에 기록된 독살설의 의혹이 담긴 소현세자의 죽음이다. 이 의문의 죽음에 주맹증을 가진 맹인의 목격이라는 상상력을 더해 흥미진진한 범인 추적기를 그린 영화는, 이를 통해 진실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질문한다.
“때론 눈 감고 사는 것이 몸에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의 병이 나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를 묻는 소현세자(김성철)에게 경수는 그렇게 말한다. 그건 볼 수 있지만 보지 못하는 척 살아야 궁에도 들어올 수 있는 자신의 처지가 담긴 말이다. 그러면서 소현세자가 마음의 병을 갖게 된 건 ‘다 올곧게 보고 사셔서’란다. 그러자 소현세자는 경수를 조용히 꾸짖는다.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고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지.”
매일매일 탄핵 정국으로 머리가 지끈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절로 눈을 감고 싶어지지만,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진실을 외면하는 건 편안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눈먼 자들의 암흑 같은 세상을 만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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