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상법 개정 강행… 李 ‘잘사니즘’ ‘친기업’은 빈말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4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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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상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2025.2.24 뉴스1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상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2025.2.24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상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경제계와 정부·여당의 반발에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함께 추진해 온 집중투표제 등은 보류하고 ‘주주 충실 의무’에 핀포인트하는 식으로 입법 속도를 높여 이르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경제계는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 주주가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며 줄곧 반대해 왔다. 개인 투자자부터 행동주의 펀드까지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고 상충할 때도 많은데,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다 보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경영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매출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기업 절반이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투자와 인수합병이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상법 개정을 철회해 달라는 경계제의 호소와 성명서, 건의문만 수십 차례 있었다. 지난해 11월 삼성 SK 현대차 등 16개 그룹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 중단을 요구했고,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23, 24일 연속으로 공동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주재로 지난해 말 토론회까지 열어 경제계 의견을 경청하는 듯하더니,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쪼개기 상장이나 합병 비율 문제로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지만, 이는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해 100만여 개 기업에 영향을 주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고치면 될 일이다.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행되면 굳이 상법 개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연일 ‘잘사니즘’ ‘친기업’ ‘성장 우선’을 강조하는 이 대표가 또 말을 바꿔 상법 개정을 강행하니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몰아치는 ‘트럼프 스톰’과 극심한 내수 침체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업들에 상법 족쇄까지 채울 건가.


#사설#상법#이재명#잘사니즘#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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