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6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의 선봉에 섰던 중진 의원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열린 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나온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당시 친윤(친윤석열)계는 탄핵 찬성파를 도려내야 할 고름에 비유했었다.
김 의원은 ‘무책임한 중진 의원’의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했다. “부정선거와 ‘계몽령’의 광기 속에서 칼춤을 추며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 정치를 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5선 중진 윤상현 나경원 김기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초선 김재섭 의원이 ‘고름’이란 단어까지 써 가며 선배 의원들을 비판한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그는 “우리는 탄핵이라는 원죄가 있는 정당인데, 반성과 성찰부터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탄핵이 자기 정치의 도구가 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탄핵 비즈니스’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나왔다. 국민의힘 고참 당직자는 “아스팔트 위의 지지자를 결집해 ‘아스팔트 전당대회’를 준비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고 했다.
탄핵 국면에서 5선 중진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헌법재판소 앞을 누비며 탄핵 반대를 외쳤고, 기각을 장담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니 세 명 의원마다 특징이 있었다.
윤 의원은 누구보다 윤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우선시했다. 그는 대선 출마 질문에 “주변에서 ‘윤 어게인’(윤 전 대통령 복귀) 캐치프레이즈를 쓸 사람은 윤상현이라고 하더라”며 “의리는 끝까지 간다”고 했다. 그는 광장 정치와 거리 두기를 택한 ‘쌍권’ 지도부를, 천막 당사를 차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비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고마운 존재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요청에 응해 파면 다음 날 관저에서 따로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탄핵 반대 집회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탄핵 직후 “대통령 개인보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고 했지만, 이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기현 의원은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했다. 그는 비공개 의총에서 “우리는 폐족이 됐다. 다가오는 선거는 이기기 어렵다”며 10년 이후를 준비하자고 했다. 한 3선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내준 뒤에 당권을 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이 글을 올린 시각, 윤 의원은 “국민의힘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 그 자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에 납득한 국민들은 광장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갔다. 승복 메시지 대신 “여러분을 지키겠다”는 말을 남긴 윤 전 대통령과 그를 이용하려는 도합 15선 중진들의 ‘탄핵 비즈니스’야말로 지금 남은 가장 큰 위기 요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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