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평가 결과 공개를 허용하는 서울시 조례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은 15일 서울시교육감이 이 조례를 무효로 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시의회 편을 들어줬다. 기초학력 관리는 교육부 소관이지만 시의회도 지역 여건에 맞는 세부 교육 정책을 시행할 수 있고, 결과 공개도 상위법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이 처음으로 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공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초1∼고1생을 대상으로 학기 초에 시행하는 시험이다. 검사 결과는 학교만 알고 학생과 학부모에겐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서울시의회가 코로나 장기화로 학력 저하 우려가 커지던 2023년 5월 학교별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감의 지원 의무를 규정한 조례를 만들자 교육감이 과열 경쟁과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한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대법원은 이 조례에 대해 ‘학교 교육에 대한 서울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참여도를 끌어올려 기초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학교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정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학교별 학업 성취도와 대학 진학 성적을 공개해 교육 수요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한다. 이 당연한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야 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시교육청은 기초학력 관리는 교육부와 시교육청의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지만 교육 당국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시의회가 나선 것 아닌가.
과학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초중고교 수학 과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산하기 위해 베이징시를 시작으로 초중고 AI 의무교육까지 단계별로 시행한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교육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엔 손 놓은 채 학생들 부담 덜어준다며 학습량을 줄이고, 학교별 기초학력 공개라는 해묵은 논쟁거리로 법적 공방을 벌이느라 2년을 허비했다. 이런 학교를 누가 신뢰하겠나. 책임 있게 가르치고 그 성과를 공개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도 살고 교사의 권위도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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