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훤 시인·사진작가“우의 가슴팍에 귀를 갖다대고는 했다. 빠르고 선명하며 성급한 내 심장과 달리 부정맥이 있고 점점 약해지는 중인 우의 심장은 태평하고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종종 뛰는 것을 까먹고는 해서 우의 심장소리는 불규칙하고 둔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둥… … … 둥… 둥… 둥… … … 둥… … 둥… … 둥… 둥…”
―하은빈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중
아마도 사랑과 인간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다룬 책을 한동안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 사실이 아쉬워 무거운 손끝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건 사랑이 아니다. 한 사람 안에 상주하며 얼굴을 달리 드러내는 욕망이다. 살고 싶고 지속하고 싶고 또 전부 뒤집고 싶어지는, 계속 움직이는 마음이다. 작가는 씩씩하게 걷는다. 그러다 암전된 방에 놓인 사람처럼 의구하고 질문하며 손에 잡히는 생각을 쥐고 흔들어본다.
한 인간 안에 머무는 욕망들은 서로 충돌하고 보완하고 찢고 찢기다 몸을 합치기도 한다. 나를 잘 길들이기 위해 우리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잘 길들인 마음이 우릴 어떻게 배반하는지. 작가 덕분에 다시 기억한다. 자신으로부터 또 세계로부터 수시로 일어나는 그 배반은 비정형적이다. 해서 우리는 자신 안에 이율배반적인 마음을 붙든 채 아리송해진다.
근육병을 모르고 긴 연애에 무지한 독자도 작가를 따라 팽이처럼 이리저리 튄다. 작가가 데려오는 표정들을 일부 알겠어서. 또 어떤 장면은 너무 낯설고 아찔해서. 그럼에도 이토록 깊숙이 침투하는 건, 작가가 마주하는 실패와 시도가 인간이 느끼는 본질적인 불능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이야기가 갖는 힘이다.
이 책이 얼마만큼 나를 흔들고 또 멀리 데려갔는지 전하기가 어렵다. 몇 번이고 말을 고르다 결국 실패했다. 분명한 건 하은빈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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