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통합’ 이룬다며 ‘사회갈등 압축판’ 보여준 후보 TV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3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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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金 “연금 구조개혁 필요”… ‘자동조정장치’ 놓곤 공방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2025.05.23 국회사진기자단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2025.05.23 국회사진기자단
6·3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23일 사회 분야를 주제로 한 2차 TV토론에서 날 선 공방을 펼쳤다. 먼저 ‘사회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을 놓고 토론을 시작했지만 시종 경쟁 후보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급급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극명하게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고 양극화와 성별 세대별 갈등을 치유할 방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국민통합’을 이룬다고 했지만 작금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의 압축판’을 보여준 토론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회의 갈등 해소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인 연금개혁과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쟁과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금개혁의 경우 올 3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기를 2064년으로 8년 늦췄을 뿐이다. 새 정부는 후속 과제로 구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보들은 연금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모두 다 조정해야 한다”며 구조개혁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구체적 공약으로 ‘청년 첫 보험료 국가 지원’ ‘노년층 소득 보장 강화’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을 제시한 상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2차 구조개혁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모수개혁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을 고려해 “청년들을 대표자로 많이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줄일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공약했는데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연금에 대한 신뢰가 깨질 것 같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의료개혁과 관련해 이 후보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의료원 지원 확대를 공약했다. 김 후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피해에 사과한 후 미래의료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개혁 과정에서 의사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 문제를 들어 양당 후보의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비판하고, 불필요한 의료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신규 의사 배출이 2년째 끊기고 의대 교육이 파행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토론에서 의료대란 출구전략과 의료체계 복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날 2차 TV토론은 시작부터 날 선 비판이 오갔다. 이 후보는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사태”라며 김 후보를 겨냥해 “(내란)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윤석열 내란 수괴 비호 입장을 가진 듯하니 기억하고 심판해 달라”고 했다. 김 후보는 “거짓말을 한 사람이 유리하게 법을 바꾸고 있는 게 말이 되나” “국민 통합이 되려면 거짓말, 사기꾼이 없어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 후보는 “낡은 세대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열린 세계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전면에 나설 때”라며 두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이제 TV토론은 딱 1번 남았는데 누가 되든 격한 갈등만 예고하고 있어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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