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희망이란 오늘보다 내일이 낫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희망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우리가 세운 희망에 속기도 한다.
오래전 작은 식당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일은 고되지만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 귀에 쏙 꽂혀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등하리라 기대했던 경기가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지금 생각해도 아픈 ‘추억’을 만들며 끙끙대야 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안됐을까? 불경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잘만 하면’이라는 가능성에 너무 고무된 탓이었다. 그때까지 ‘누구보다 열심히’라는 태도로 바라는 걸 이룬 적이 많아 다시 한번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이 정도 하면 손님이 이쯤 올 거고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작은 식당도 비즈니스였고, 그 세상은 그때까지 내가 경험한 세상보다 훨씬 더 크고, 많은 변수가 횡행하는 곳이었다. 이런 세상에 잘되는 경우의 수만 보고 뛰어들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있을 리 없었다. 잘될 경우와 안될 경우를 고루 살펴야 했는데 잘되는 것에만 마음이 부풀어 그것만 기대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반쪽짜리 희망을 전부라고 착각해 내가 세운 희망에 내가 속았던 것이다.
남의 일일 땐 너무나 잘 보이지만 내 일일 땐 참 안 보이는 이런 일은 의외로 자주, 그것도 대규모로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수 있다.
1935년 호주 농부들은 사탕수수를 마구 먹어치우던 딱정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먹성 좋은 하와이 두꺼비를 들여왔다. 이들이 딱정벌레를 척척 먹어 치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효과가 없었다. 딱정벌레는 날 수 있는데 두꺼비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천적이라고 여겼을까? 이 두꺼비가 자주 보이는 곳에 딱정벌레가 줄어드는 우연의 일치를 인과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은 특수한 날씨 탓이었는데 보이는 것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었다.
이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작은 실수였을까? 지금 이 두꺼비들은 2억 마리로 불어나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시키고 있다. 원래 살던 곳과 달리 이곳엔 천적이 없었다. 강력한 독이 있어 다른 곳에서는 천적으로 통하는 뱀은 물론이고 덩치 큰 개조차 이들을 건드리지 않으니 날로 번성하고 있다. 엄청난 비용을 쏟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우리나라 여러 섬에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꽃사슴도 마찬가지다. 사육으로 생기는 이익만 생각했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사슴들이 뛰쳐나가 엄청난 번식력으로 섬을 훼손시키리라곤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이 홀로 오지 않고 불행이라는 뒷면과 같이 오듯, 희망 역시 마찬가지다. 눈앞의 것, 원하는 것만 보면 그것이 전부가 돼 그것에 갇힐 수 있다. 뜻밖의 상황이나 부작용에 한 방 맞을 수 있다. 아프기만 하면 좋겠지만 발등을 찍는 믿는 도끼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조금 있으면 새로운 지도자가 새로운 세상을 시작할 것이다. 좋은 일에도 항상 뒷면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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