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수록 황당한 양당 대선 캠프의 외부 영입 사례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알려진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국민참여본부 부본부장으로 임명했다가 결국 무산됐다. 국민의힘에선 5·18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에 위촉한 뒤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황당한 양당의 김대남 정호용 영입 소동
김 전 행정관이 왜 이재명 후보로 갈아타려 했는지는 그가 지난해 총선 탈락 후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눴던 통화 녹취에 드러나 있다.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 잘 받으면서 다음 대권에 누가 나올 건지 예의주시해서 다시 올라탄다든지 그런 방법을 찾아야지.” 건설업계 출신인 그는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조직국장으로 활동하다 대통령실에 입성했다. 지난해 총선 낙마 후엔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란 말대로 금융권 경력이 없음에도 연봉 3억 원의 SGI서울보증 상임감사직을 꿰찼다. 이를 비판했던 민주당이 이번엔 이 후보 쪽으로 올라타려는 그에게 부본부장을 달아줬다. 김 전 행정관은 캠프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하루 만에 돌변해 김문수 지지를 선언했는데 민주당이 영입하려던 사람의 공직관이 이런 수준이었다.
국민의힘이 위촉했던 정 전 장관은 12·12 군사반란과 5·18 진압에 가담해 징역 7년을 확정받은 인물이다. 김 후보 캠프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해온 석동현 변호사도 합류시켰다.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이 파면돼 치러지는 선거란 점을 외면한 황당한 일이다.
큰 선거에선 지지층을 넓히는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단, 명분과 원칙이 있어야 정치적 상징성이 있고 국민 통합 효과를 발휘한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공화당 정권에서 중책을 맡았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버락 오바마 지지 선언을 끌어낸 적이 있다. 파월 전 장관은 이라크전을 옹호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공화당 우경화에 반대한다며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오바마 집권 후에도 공직을 맡지 않았다.
여야의 이번 대선 캠프에는 전현직 교수들과 법조인, 관료, 언론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정책 제안서를 만들어 양쪽 캠프에 보내고, 자문단에 앞다퉈 이름을 올리는 교수들이 요즘도 많다. 줄만 잘 서면 정권 창출 후 한자리 꿰찰 수 있다는 출세 공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해외에도 학자 출신이 현실 정치에 족적을 남긴 사례가 있지만 우리처럼 선거 때마다 수많은 교수들이 이곳저곳 기웃대며 정치권에 ‘보험’을 드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선 캠프가 정치 철새들의 도래지로 변질된 건 정당이 가치 공동체가 아닌 이익 공동체가 돼버린 자화상을 보여준다. 정당 간의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하고, 인물 중심에 승자 독식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언제든 점퍼를 바꿔 입을 준비가 된 부나방들이 몰린다. 정당들 역시 한 표라도 득이 될 것 같으면 일단 이기고 보자며 검증 없이 세 불리기에 매달린다. 얼마 전 김 후보 캠프에서 교사 수천 명에게 ‘교육특보로 임명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임명장과 함께 무차별 발송했는데 캠프 운영이 이렇게 허술하면 철새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자리 달라” “이기고 보자”의 결탁
유권자들은 이런 문제를 알아도 상대 정당이라고 더 나을 게 없어 선택을 바꾸지 못한다. 그 결과 집권의 과실은 정치 철새들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약 1만 개의 자리를 받으려 대기표를 뽑아 든 이들이 정권 주변을 에워싼다. 3년 전 윤 전 대통령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그가 파면된 뒤에도 공공기관 낙하산으로 기어이 내려올 정도로 이들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이런 생태계가 유지되는 한 정치는 나아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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