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 어디서 투표하고, 전에 뭘 할지’ 묻자… 1인 가구 투표율 9.1%P ↑[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8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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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투표 계획’ 유도했더니 투표율 4.1%P 상승으로 이어져
‘투표=유권자 되는 것’ 뜻 더하자… 10%P 넘게 투표율 뛰며 효과 내
단순 독려보다 계획 세우게 돕고, 정체성과 연결할 때 투표율 제고

《투표율 높이는 효과적인 전략

6·3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시민이 주권을 행사하고 정부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자,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국가들은 선거 때마다 다양한 투표 참여 캠페인을 펼친다. 그렇다면 사회과학 연구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추천할까?》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유권자들에게 구체적인 투표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것이 실제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이 연구는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등록 유권자 28만72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현장 실험이다.

연구진은 유권자들을 세 그룹에 무작위로 할당해 전화를 받게 했다. 첫째는 일반적인 ‘투표 참여 독려’ 전화로, 선거의 중요성과 투표의 의무를 상기시켰다. 둘째는 ‘자기 예측’ 전화로, 독려에 더해 투표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셋째는 ‘실행 의도’ 전화로, 실제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면 세 가지 후속 질문을 던져 투표 계획을 구체화하도록 유도했다. ‘몇 시에 투표할 것인가’, ‘어디에서 투표할 것인가’, ‘투표 전에 무엇을 할 것인가’다.

분석 결과 ‘실행 의도’를 묻는 전화는 투표율을 4.1%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단순히 투표 의사를 묻는 전화나 일반적인 투표 참여 독려 전화는 투표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구체적인 투표 행동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것이 투표율 제고에 더 강력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효과는 가구 구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1인 가구의 경우 ‘실행 의도’ 전화는 투표율을 9.1%포인트나 끌어올렸다. 반면 2인 이상의 유권자가 있는 가구에서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이는 가족들끼리 투표 계획을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는 2인 이상 가구와 달리 혼자 사는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투표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외부의 개입이 더 큰 효과를 발휘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투표 행위를 “유권자가 되는 것”처럼 정체성과 결부 지어 묘사할 때와 “투표하는 것”과 같이 단순한 행위로 묘사할 때 실제 투표율의 변화를 비교했다. 이는 언어적 단서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한다.

연구진은 총 세 가지 무작위 현장 실험을 통해 프레이밍 효과를 검증했다. 1차 실험은 2008년 미 대선을 앞두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유권자 등록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유권자가 되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물었을 때 유권자 등록에 유의미하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특정 행동을 정체성의 일부로 제시하는 것이 해당 행동의 동기를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3차 실험에서는 실제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을 주정부 공식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 2차 실험은 1차 때와 동일하게 2008년 대선, 캘리포니아주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유권자가 되는 것’으로 프레이밍할 때 투표율은 ‘투표하는 것’으로 묘사했을 때보다 13.7%포인트 높은 95.5%로 나타났다. 3차 실험은 2차 실험보다 유권자 평균 연령이 30.7세 높은 2009년 뉴저지 주지사 선거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실험에서도 투표 행위를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했을 때 투표율(89.9%)이 단순 행위로 묘사했을 때(79.0%)보다 10.9%포인트 높았다.

이 연구는 투표 행위를 단순히 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유권자’라는 긍정적인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유도하는 것이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투표 인증 사진은 두 번째 연구의 결과가 자발적으로 발현된 예시로 해석될 수 있다. ‘나는 유권자다’라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공유하는 행위가 투표율 상승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두 연구는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데 있어 단순히 투표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보다 심리적이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유도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스스로에게 ‘헌법적 권리인 투표에 참여하는 민주시민’이 될 준비가 됐는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아가 투표에 참여할 계획이 있다면 6월 3일 몇 시에 투표하러 갈 예정이고 투표 전에는 어떤 일을 하다가 갈 계획인지도 떠올려 보면 좋겠다.

연구① Nickerson, David W., and Todd Rogers. “Do you have a voting plan? Implementation intentions, voter turnout, and organic plan making.” Psychological Science 21.2(2010년): 194-199.

연구② Bryan, Christopher J., et al. “Motivating voter turnout by invoking the self.”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31(2011년): 12653-1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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