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음료 전성시대… 뇌 건강에도 좋을까[김지용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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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그야말로 제로 음료 전성시대다. 치킨에 콜라 한 잔,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마음 한편에선 살찔 걱정과 죄책감이 드는데, 제로 음료는 이 내적 갈등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한다. 내과 의사들도 일반 탄산음료보다 설탕을 빼 칼로리와 당 함량을 0%로 내린 제로 음료가 건강에 더 좋다고 말한다.

내과적으로 혈당 악화 위험을 줄여주는 제로 음료가 정신과적으로는 어떨까? 충격적이게도 제로 음료와 우울증 위험성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는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진이 2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있다. 하루 4잔 이상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제로 과일 음료, 제로 탄산음료, 일반 탄산음료, 과일 주스 순으로 우울증 위험성이 높게 나타났다. 작년에 발표된 영국 성인 18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일반 탄산음료와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하루 두 잔 이상 섭취한 사람들은 우울증 위험성이 26% 증가했는데,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의 경우 위험성이 40% 훌쩍 높아졌다.

먼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설탕 대신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된 인공감미료의 다량 섭취와 우울증 발생의 상관관계를 일관되게 보여주지만, 이것이 반드시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우울증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 커피에 인공감미료를 추가할 경우 오히려 위험성이 증가되는 등의 결과를 보이기도 하는 만큼 인과성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공감미료는 어떤 방식으로 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현재 제시되는 유력한 세 가지 가설을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첫째, 인공감미료에 의한 장-뇌 축의 교란이다. 인공감미료는 장내 유익균의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이는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도 영향을 미치며, 뇌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이다.

둘째, 인공감미료에 의한 염증 반응이 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우울증 위험성을 높인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우울증 중 상당수 케이스는 뇌의 염증 반응으로 인한 것이라는 가설이 대두되고 있고, 인공감미료의 다량 섭취는 우리 신체를 만성 저등급 염증 상태에 놓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는 인공감미료가 뇌의 보상 시스템, 도파민 회로의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단맛을 느끼면 실제 칼로리가 몸에 들어오는 기존의 보상 시스템이 인공감미료에 의해 혼동을 겪게 되고, 이런 결과가 쌓여 도파민 회로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직은 가설 단계이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인공감미료 섭취와 우울증 유발의 인과관계가 확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로 음료 중 하루 한 잔을 진짜 과일 주스로 대체했을 때 우울증 위험성이 11%나 감소했다는 결과를 보면 무시할 사항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을 먹는지가 신체 건강에 매우 중요한 것처럼, 뇌 건강 역시 그렇다. 가능하면 물 위주로, 제로 음료는 가끔씩만 찾기를 바란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6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6.9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정신과 의사도 몰랐던 제로콜라가 뇌에 미치는 영향!!! (인공감미료)’ (https://youtu.be/30uby3zE81c?feature=shared)

#제로 음료#뇌 건강#우울증#인공감미료#신체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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