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이 0.82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4%다. 1981년 공식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3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10년 만이다.
지난해엔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출산율이 0.8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년간 반복됐던 ‘최저치 경신’, ‘역대 최대 감소’ 소식에, 이젠 떨어지는 건 더는 ‘뉴’스도 아니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던 관련 기관과 학계도 모처럼 뉴스다운 뉴스에 들뜬 모습이다. 1분기 혼인 건수도 5만8704건으로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출산이 극히 적은 한국에서 혼인율 증가는 출산율 증가의 전조로 풀이된다. 드디어 출산율이 바닥을 찍었고, 정부 목표인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설령 정부 목표치대로 출산율이 오른대도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국가라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의 2023년 전 세계 합계출산율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역대 최악의 저출산을 겪고 있다는 독일의 출산율은 한국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은 여전히 출산율 꼴찌, 그것도 그냥 꼴찌가 아니라 ‘압도적’ 꼴찌 국가다.
더구나 오랫동안 누적된 저출산으로 가임 인구마저 줄고 있다. 쉽게 말해 아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도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엄마, 아빠가 줄면 출산율이 늘더라도 출생아 수가 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출산율이 1.18명이던 2002년 출생아 수는 49만6911명이었지만, 출산율이 1.3명으로 더 높아진 2012년 출생아 수는 오히려 48만4550명으로 줄었다. 그새 가임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지금은 그나마 전후 베이비붐 세대 자녀들인 이른바 ‘에코 세대’가 남아 부모 인구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이 가고 199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저출산 키즈’들이 결혼·출산 주요 세대로 진입하면 가임 인구 감소 영향은 본격화할 것이다. 1980년대 80만 명이던 출생아 수는 2000년대 40만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부모가 80만 명이면 0.6명씩만 낳아도 아이가 24만 명이지만, 부모가 40만 명으로 줄면 1.0명씩 낳아도 아이는 20만 명으로 줄어든다.
압도적 저출산에도 지금까지 인구 감소가 눈에 띄지 않았던 건 수명 연장으로 고령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 줄어든 출생에 압도될 날이 머지않았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출산율이 지금보다 높아진대도(고위 추계) 45년 뒤 한국 인구는 3000만 명대로 쪼그라든다.
마치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양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2, 3명대로 오르지 않는 한 인구 축소 사회는 불가피하다. 여야 할 것 없이 저출생·고령화 대책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주요 정책에서 저출생이란 말이 사라지는 등 위기감은 전보다 줄어든 듯하다.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속도가 조금 더뎌졌을 뿐이다. 내일 맞이할 지도자가 누구든 우리가 인구 감소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그저 조금 더 벌었을 뿐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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