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일에 보고픈 스포츠 정신… 승자와 패자의 품격[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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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부터). 동아일보DB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팀 코리아’의 새 감독은 누가 될까. 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지난해 계엄령으로 촉발된 혼란과 불안의 시간을 매듭짓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할 때다. 축구든 야구든 팀과 팬의 내일은 감독이 결정하고, 국가의 운명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누가 당선되든 새 대통령이 펼칠 한국의 미래와 스포츠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새 감독을 찾을 때는 경기 철학은 물론이고 전술 이해도, 선수단 운용 계획, 팬과의 소통 등 전반적인 면모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스포츠 분야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에 게재된 각 후보의 10대 공약과 보도 내용들을 검토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음을 감안해도, 제시된 공약 대부분이 실망스러워 일단 평균 C학점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전문 체육인에 대한 고려와 체육 영재 발굴 환경 조성, e스포츠 지원 강화 등이 핵심이다. 체육단체의 투명성과 독립성, 자율성 강화를 위해 임원 임기 제한이나 재정 투명성 확보, 외부 감시제 도입 등을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초등학생의 예체능 학원비, 체육시설 이용료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정책은 피부에 와닿는다. 가까스로 B.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경영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스포츠 관련 일자리 창출과 복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 박람회나 스포츠 마케팅 등 청년 일자리 연계, 10분 내 생활체육시설 접근 환경 조성, 헬스케어용 스마트워치 보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요청하면 나열될 법한, 어디선가 본 듯한 정책들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C+.

가장 젊은 후보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서는 스포츠 관련 공약을 찾을 수 없었다. 후보 자신이 아직 젊어서 운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F.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공약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생활체육 확충 전략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믿음직해 보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운동 동아리 참여를 유도하고,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유연하며 비강제적인 개입인 ‘넛지(nudge)’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별 예체능 축제, 전 국민 체력 측정과 피드백 시스템 도입, 예체능 직업활동과 생활동아리 활동의 선순환제 등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됐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가장 낮아 보여 더 아쉽다. B+.

사실 선거 때만 되면 ‘백만 체육인을 위한 공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는 집단의 힘을 빌려 일부의 목적을 이루려는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포츠나 체육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온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국민 모두를 위한 스포츠 정책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스포츠가 지닌 핵심 덕목 가운데 ‘페어플레이’만큼 중요한 것이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기’다. 3일 누가 대통령이 되든, 패자는 담대하게 승자를 축하하라. 그리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라. 우리 정치에서도 스포츠 정신을 보고 싶다.

#대통령 선거#스포츠 정책#체육 공약#선수단 운용#생활체육#공약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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