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이재명의 보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8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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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사례 하듯 기어이 전 국민 지원금
대선 뒤 아들 결혼식 관련 설왕설래
상대편 범죄 몰이 특검과 내 편 봐주기
대북 전단 금지까지 이래도 실용 중도인가

송평인 칼럼니스트
송평인 칼럼니스트
이재명 대통령 당선 사례라도 하듯 여당이 전 국민 지원금을 기어이 주겠다고 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생활 물가가 다시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이 문재인 정권 때의 전(前)고점을 경신하는 시점에서 물가의 추가 상승이 우려된다. 지역화폐 예산도 더 늘린다고 한다. 지역화폐는 100만 원을 쓰면 그중 10만 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식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추가되는 전 국민 지원금이다.

대통령 아들의 결혼식이 하필 대선 뒤인 얼마 전이었다. 사전에 전해진 말은 비공개 스몰 웨딩이었으나 삼청각에서 열린 사실상 공개된 결혼식에 눈에 보이는 하객만 800명이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 측이 축의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축의금에 대한 얘기가 설왕설래다.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면 받지 않았다고 밝혀주는 것이 좋겠다.

김민석 의원이 총리 역량이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오광수 전 검사장이 민정수석에 임명됐다가 ‘차명 재산’ 논란으로 낙마한 가운데 김 의원은 더한 돈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세비 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한 사실과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준 장본인으로부터 다시 돈을 받고 갚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모친의 전세 계약에도 의혹이 있다. 대통령은 김 의원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 공정한 기준이 적용될 것인지 볼 일이다.

수감 중인 조국 씨 사면 얘기가 대통령 측근인 정성호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조 씨가 자녀의 대학 및 대학원 입학을 위해 한 부정 행위는 과거 정권 같았으면 전국의 대학과 법조계를 다 조사해 뿌리 뽑았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조 씨의 처벌에 대해서마저도 소극적이다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충돌해 결국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 조 씨의 사례는 결국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노멘클라투라 같은 새로운 특권 계급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다.

현 정권의 노멘클라투라 1호는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이 되자 재판이 줄줄이 연기됐다. 재판이 연기되지 않았으면 입법권을 동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의 구성 요건을 바꿔 면소(免訴) 판결이라도 받아낼 태세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헌법 84조 논란을 제기하며 이재명 재판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칼럼을 쓴 바 있다. 대통령이 재판을 받으러 다닐 수는 없다. 다만 무책임하게 사건을 질질 끈 판사들에 대해서는 ‘기록형(記錄刑)’으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신을 수사한 검사의 탄핵 소추까지 한 사람이 ‘정치 보복은 없다’고 했다고 해서 정말 정치 보복이 없다고 여긴다면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다고 해서 정말 존경한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3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만 무려 120명이다. 특검이란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할까 봐 야당 주도로 하는 것이다. 대통령직을 차지하고 여당이 돼서는 여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의 수사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일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은 자기 사람(그때는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혀 적폐 수사를 했다. 그때는 그래도 계통을 밟으려 했다. 이제 계통이고 뭐고 없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안보회의 서기가 2주간 두 번 북한을 다녀간 뒤 북한이 추가 파병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북한 주민들은 푸틴에게 인신공양(人身供養)되는 병사들의 소식을 알고 있을까.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대북 전단, 대북 라디오 방송 외에 무엇이 있는지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진실을 알고 진실을 전하는 건 인권의 문제일 뿐 아니라 폐쇄 사회를 향해서는 수백 개의 미사일보다 더 강한 무기다. 정부가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에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도 전에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그런 결정 속에 그들의 무속과 무모함이 다 들어 있었다. 그것이 결국 계엄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보름에 그가 어떤 일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다 들어 있다고 본다. 외교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아 가시화된 게 없지만 이 대통령이 알고 보면 실용 중도라고 한 사람들은 좀 불안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전 국민 지원금#지역화폐#김민석 의원#특검 수사#조국 사면#정치 보복#실용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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