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주말 중부지방에 최대 20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도로가 침수되고 옹벽이 무너지는 등 전국적으로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빨리 장마가 시작된 건데, 노후시설 밀집 지역에 사는 주민 상당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직도 시설 점검을 안 했거나, 이제야 뒤늦게 점검에 나서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1일 찾은 경기 남양주시에선 두 달 전 무너진 옹벽이 여전히 복구 중이었다. 장마로 추가 붕괴 우려가 있음에도 일부만 비닐로 덮은 채였고 흙더미가 그대로 노출된 곳도 적지 않았다. 주민들은 “비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옹벽이 무너졌는데 다른 곳도 무너질까 싶어 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20일 폭우가 쏟아진 경기 고양시에선 깊이 1.5m의 대형 땅꺼짐 사고(포트홀)가 발생했다. 고양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땅꺼짐 사고가 반복된 곳이다 보니 주민 사이에선 “또 언제 발밑이 꺼질지 몰라 걱정된다”는 말이 나온다. 맨홀 추락 방지 장치는 이달 14일 부산에서 30대 여성이 추락한 사고가 난 뒤에야 지자체들이 설치 방침을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3년 전 맨홀 추락 방지 장치가 의무화됐지만 기존에 설치된 맨홀은 의무화 대상이 아니어서 전국적으로 90%가 넘는 맨홀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빗물받이가 막힌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매년 침수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왔지만 지난달 기준으로 10개 중 3개만 점검을 마친 상태다. 장마가 코앞에 닥친 뒤에야 ‘뒷북 점검’을 하느라 요란을 떨고 있다. 반지하주택 침수를 막을 물막이판 역시 “집값 떨어진다”며 집주인이 동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설치가 지지부진하다.
최근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장마는 기세가 훨씬 더 거세지고 패턴도 불규칙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의 경우 장마 초입부터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고 강수량 기록을 경신 중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대비는 구태의연한 무사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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