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운동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까, 아니면 특정 집단을 콕 집어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까.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복지뿐 아니라 의학, 교육,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 그런 점에서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정책 시도가 가능하고 필요하다. 물론 지원 대상과 시기, 예산 규모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은데 대상만을 생각한다면 다음의 문제가 떠오른다. 핀셋인가, 투망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시기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1타 3만 체육쿠폰’ 사업이 있었다. 민간체육시설에서 8만 원 이상을 결제하면 3만 원을 환급해 준 제도다. 당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실내체육시설 운영 제한으로 체육시설업체 매출액이 70% 이상 급감했던 시기다. 건강 증진과 경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이 제도는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거침없었기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기대 이상! 정부소비쿠폰 사업 중 최다 수혜자를 기록했는데, 신청자가 무려 128만 명을 넘었다. 그중 실제 수혜자는 105만여 명으로, 예산은 315억 원 정도 들었다. 1인당 3만 원을 지원했지만, 이들이 체육시설에서 결제한 금액은 평균 16만7000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1700억 원의 매출이 생겨났고, 투입 예산 대비 5.6배의 소비 창출 효과를 냈다.
폐업 위기에 몰린 영세 업체는 다소 숨통이 트였고, 이용자로서도 스포츠 활동의 방아쇠가 당겨진 셈이었다. 설문 결과도 인상적이다. 체육시설업자는 95% 이상이 새로 창출된 매출에 만족했다. 또 이용자의 94%는 스포츠 활동을 하는 데 쿠폰 프로그램이 도움이 됐고, 97%는 앞으로도 운동을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시행 중인 스포츠복지사업은 ‘스포츠강좌 이용권’ 제도가 있다. 기초생활수급가정 유소년 및 청소년과 장애인에게 ‘스포츠이용권 카드’를 지급해 이들의 체력 향상과 건전한 여가활동 기회를 늘리는 제도다. 각 자치구가 지정한 스포츠 시설에서 태권도, 수영, 헬스 등 강좌를 이용하면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상이 제한적인 데다 지자체 예산을 매칭하도록 해 혜택이 지역에 따라 불균등하고 수혜 대상도 많지 않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 등 체육진흥투표권, 기존 국민체육기금 운용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간 2조 원 이상이다. 이 중 국가체육재정 지원에 1조5000억 원 안팎이 들어간다. 연간 5000억 원 이상 여유자금이 생겨 국민의 체육 진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여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현재 쓰이지 않는 체육기금의 여유 재원이 고스란히 잉여금으로 넘어가거나 체육 이외의 분야로 나간다는 점이다. 체육기금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운동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쓰여야 한다. ‘1타 3만 체육쿠폰’에서 봤듯 효과는 입증됐다. 국민을 위한 스포츠 지원 제도는 핀셋보다 투망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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