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파국, ‘foregone conclusion’?[이창수의 영어&뉴스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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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 11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S’에 함께 탑승한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테슬라 신차를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월 11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에 전시된 테슬라 ‘모델S’에 함께 탑승한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테슬라 신차를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승리에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전(錢)의 전쟁’으로 불리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3억 달러(약 3700억 원)를 선거 자금으로 쾌척했다. 트럼프는 보답하듯 취임 후 우주와 방산 계약을 몰아주고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했지만 이들의 관계는 1년여 만에 파국 위기를 맞았다. 1일(현지 시간) 미 상원을 통과한 트럼프의 감세법안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머스크가 앞서 “역겨운 흉물(disgusting abomination)”이라며 맹비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을 다룬 미 언론에는 인간관계의 만나고 헤어짐을 묘사할 때 쓰는 일상적 표현들이 다수 등장한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았을 때에는 관계를 ‘bromance’(브로맨스), ‘a match made in heaven’(천생연분)에 비유하며 “단짝처럼 붙어 다닌다(are joined at the hips)”, “(머스크가)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fell in love quickly)”라고 표현했다. ‘be joined at the hips’는 골반(hip)을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친구를 연상하면 된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면서 ‘rift’(관계 균열), ‘feud’(앙숙 간 불화), ‘breakup’(절교), ‘falling-out’(사이가 틀어짐) 등의 단어로 묘사됐다. ‘breakup’은 친구나 애인 관계가 끝났을 때, ‘falling-out’은 친구나 가족관계가 틀어졌을 때 사용한다. “I broke up with him(그와 헤어졌어)”, “‘We had a falling-out(우리는 사이가 틀어졌어)” 등과 같이 쓰인다.

또 둘의 관계가 “좌초했다(is on the rocks)”거나 “급격히 악화됐다(soured quickly)” 같은 표현도 사용했다. ‘on the rocks’는 위기에 빠진 결혼 생활을 묘사할 때, ‘sour’는 악화된 국가 간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한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멀어지기로 결심했다(has decided to pull away)”에서 ‘pull away’는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게 거리를 둔다’는 뜻으로 쓴다.

둘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미 언론은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을까(is it possible that Trump and Musk bury the hatchet)?”, “두 사람이 관계 복원의 길을 찾을 것인지가 관권이다(the question is whether the two men find a way to patch things up)” 등으로 의문을 던졌다. ‘bury the hatchet’은 인디언들이 화해할 때 도끼를 땅에 묻던 의식, ‘patch ∼ up’은 구멍이 난 천에 패치를 덧대 깁는 이미지에서 비롯됐다.

1차전에선 머스크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트럼프가 6월 7일 머스크의 ‘막나가는’ 발언에 대해 “결과를 치러야 할 것(have to pay the consequences)”이라며 위협하자 머스크는 같은 달 11일 “최근 올린 몇몇 게시글을 후회한다. 너무 지나쳤다(went too far)”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트럼프도 “악감정은 없다(no hard feelings)”고 호응했다.

하지만 긴장 완화(detente)는 2주 반 만에 끝났다. 머스크는 6월 30일 감세법안으로 국가 부채가 늘어난다며 “우리는 ‘돼지당’이라는 일당 독재 국가(a one-party country―the PORKY PIG PARTY)에 살고 있다”며 신당 창당 카드까지 꺼냈다. 정치 용어로 ‘pork’는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지출하는 돈을 뜻한다. 트럼프는 1일 머스크 추방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토해 봐야겠다(have to take a look)”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결별이 예정된 수순(a foregone conclusion)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CNN은 실리콘밸리에선 ‘자존심이 매우 강한(with really big egos) 두 사람’이라 이들이 손잡았을 때부터 “필연적으로 충돌해 관계가 폭발할 때가 올 것(there is inevitably going to be a time where they clash and where things blow up)”으로 봤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와 트럼프는 단기간에 많은 드라마를 연출했다(created a lot of drama). 최강 권력과 최대 부자의 ‘정략결혼’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전 세계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머스크#테슬라#예정된 수순#foregone conc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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