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전력망-AI-주민 수용성이 열쇠다[기고/김현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5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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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세계는 지금 에너지를 둘러싼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간 무역 갈등, 기술 패권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에너지는 단순한 산업용 연료를 넘어 안보와 외교,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국제 에너지 환경의 변화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6월에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중요한 외교적 이정표가 됐다.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에너지 안보의 미래’ 세션에서 핵심 광물 확보, 공급망 다변화, 기술 기반 에너지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대응 전략으로 제시하며 한국의 방향성과 책임 있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가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으로 다자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자원 수입국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 무대에서의 확고한 리더십은 국내 에너지 안보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지는 데서 출발한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전력 시스템과 기술 기반의 대응 역량을 갖추는 일은 국제 협력의 신뢰를 뒷받침하고, 한국형 에너지 전략의 내실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에너지 안보의 개념도 과거의 ‘양적 확보’에서 ‘예측 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 체계’ 구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전환기의 중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전략적 요소가 있다.

첫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력 시스템 운영이다. 이 대통령이 G7에서 강조한 AI 기반 에너지 전략은 전력 수급을 보다 정밀하고 능동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AI 기술은 수요 예측의 정확도 향상,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대응, 실시간 계통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 안정적 전력 공급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고도화해 전력망의 회복력과 신뢰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둘째, ‘에너지고속도로’로 상징되는 전력망의 안정적 확충이다. 이는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생에너지의 계통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전력망 확충은 송전 설비의 용량 확대뿐 아니라 계통의 유연성 확보,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발전 자원의 효과적 통합까지 아우르는 전략이다. 새만금, 전남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전력을 주요 수요지로 안정적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송전 인프라의 체계적 보강과 계통 운영의 지능화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셋째, 지역 주민 수용성의 확보다. 전력 설비 확대와 송전선 건설이 지역 갈등 요인으로 번지는 사례가 빈번한 현실에서 ‘햇빛·바람 연금’과 같은 이익 공유제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분산형 전원 확대, 지역 맞춤형 전력망 계획, 주민 참여형 발전사업 등은 에너지 전환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세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할 때, 우리는 실질적인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전력 시스템 전반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국가적 과제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한국형 에너지 안보의 미래는 지금 우리의 대응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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