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2.3 뉴스1
대법원이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3명도 전부 무죄였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수사부터 이어진 사법리스크를 9년 만에 완전히 털어냈다. 하지만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장기간 한국 대표 기업의 발목을 잡고, 국가 경제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긴 일부 검찰의 행태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경영권 승계,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시세조종 등에 간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삼성그룹이 합병을 준비하며 세운 계획들이 적법했다는 게 판결의 핵심이다. 이번 판결로 일부 검찰의 무모한 수사·기소 행태에 대한 비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사건 초기 이 회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사유 불충분으로 기각됐다. 또 자문기구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 대 3의 비율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끝내 기소했다. 당시 수사팀장이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검찰총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상고심에 앞서 1, 2심 법원은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항소심은 위법으로 수집된 증거까지도 포함해 검찰이 제시한 229건의 핵심 증거를 일일이 살펴본 뒤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 데다 항소심 판결 이후 새로 추가된 증거나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검찰은 끝내 사건을 법률심인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수사와 기소에 이어 재판까지 전 과정에서 정상적인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다. ‘한방주의’와 ‘특권의식’에 찌든 일부 정치 검찰의 폭주가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1, 2심 합해 102차례 법정에 서는 동안 삼성그룹은 리더십 공백에 시달렸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빅테크들의 투자, 인재 확보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를 2조 원 들여 인수했는데, 신규 산업 진출을 위한 조 단위 인수합병(M&A)은 2016년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 앞엔 더 큰 도전이 예고돼 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50조 원 넘는 투자를 약속했는데도, 트럼프 정부는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물리겠다고 한다. 해외 생산기지도 관세전쟁 여파로 흔들린다.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는 이 회장 발언처럼 불퇴전의 각오로 새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책임지는 자국 대표 기업을 상대로 1심 재판에서 완패한 검찰이 사건을 2심, 3심까지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다른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일이다. 미국 프랑스 등에선 피고가 ‘2중 위험(double jeopardy)’에 처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1, 2심 중에 무죄가 1번이라도 있다면 검찰의 상소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글로벌 생존 경쟁에 내몰린 기업에 마구잡이식 ‘사법족쇄’를 채워 국가 경제까지 흔드는 일부 검찰의 행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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