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육군과 공군, 경찰특공대의 통합 대테러 전술훈련을 참관했다. 요즘 우리 군에 대해 심한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이 이 합동훈련 모습을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섣불리 군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실탄사격 훈련 상황에서 교관들은 열과 성을 다해 병사들을 지도했다. 필자는 과거 군 복무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에서도 저렇게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교수를 보지 못했다. 권위적인 말투를 쓰거나 일방적인 지시를 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병사들의 훈련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과장된 동작, 고함 따위는 일절 없었다. 개개인이 진지하게 임하고 자발적으로 토론하며 상황을 분석했다. 매일 달라지는 모습에 매료된 필자는 예정했던 일정보다 하루를 더 머물고 말았다.
이틀째 교장을 바꿔 충용사격장으로 갔다. 한국군이 보유한 제일 훌륭한 사격장, 하루도 비는 날이 없다는 곳이다. 그곳에서 사격장의 건설 비화를 들었다. 수년에 걸쳐 여러 지휘관의 결단, 원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조금씩 완성돼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닥의 색깔이 모자이크처럼 달랐다. 1970, 80년대도 아니고 21세기에 초등학교 하나 지을 비용도 안 되는 사격장 하나를 짓기 위해 여러 명의 장교와 부사관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사연을 어떤 표정으로 들어야 할까.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는 위선에 빠져 있다. 어떤 이들은 우리의 무기가 세계 최고라고 허풍만 친다. 정치인들은 병사들의 복지만 외치며 군의 수호자인 척한다. 하지만 이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최고의 자질을 가진 장병을 두고 우리 군은 이 같은 심각한 불균형에 고통받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진정한 자부심은 확고한 자기 정체성에서 나온다. 군을 군으로 보고, 군을 이해하는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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