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2년 만에 정책감사 폐지… 이제 복지부동 사라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7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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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공무원의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폐지하겠다고 6일 밝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책임을 추궁해 공직사회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 감사를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히고, 의욕을 꺾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한 지 13일 만이다. 이로써 2003년 도입된 감사원의 ‘정책 감사’가 22년 만에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은 앞으로 ‘일하다 생긴 잘못’에 대한 징계·형사 책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사익 추구, 특혜 제공 등 중대한 잘못이 없으면 정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징계하지 않는 원칙을 모든 감사에 일관되게 적용하기로 했다. 직무 감찰 제외 요건도 명확히 규범화한다. ‘정부 중요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當否·옳고 그름)’를 직무 감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2022년 제정한 사무처리 규칙을 정교하게 손본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확정해 하반기 중 시행할 방침이다.

정책 감사는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의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임 정부의 잘못을 끄집어내 공격하는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걸쳐 다섯 차례 감사가 이뤄진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같은 사안임에도 감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때그때 입맛에 맞게 달라진 감사 결과를 내놔 논란을 자초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물린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일이 잦은 것도 나중에 감사원으로부터 책임 추궁을 당할 때 ‘면피’하기 위해 현장 공무원들이 과징금 액수를 일단 높게 때리고 보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직자가 일할 때 훗날 받게 될 감사와 처벌을 먼저 생각하면 정부 업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던 대로 하던 관행을 벗어나 새롭게 성과를 내겠다는 의욕을 내기보다는, 책임질 일만큼은 피하는 이른바 ‘복지부동’ 문화를 만든다. 감사원이 정책 감사 중단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이런 공직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 국민들은 책임질 일을 않느라 그릇을 안 깬 공직자보다 본의 아니게 그릇을 깨더라도 새롭고, 국익에 도움 될 일을 시도하는 공직자를 기대한다. 경기 침체, 관세 전쟁이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 사회로선 제 몸 사리지 않고, 실제 성과를 내는 공무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감사원#감사 폐지#정책 결정#공직사회 위축#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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