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견학 등 현장 체험학습 중에 사고 발생 시 교사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학교안전사고예방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일선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 초중고교 현장 체험학습은 4342건(사전 계획 포함)으로 지난해(6882건)보다 36%나 감소했다.
이는 현장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판결에 교사들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 테마파크에 현장 체험학습을 갔던 초등 6학년생이 버스에서 내린 직후 후진하던 차에 치여 숨졌다. 그간 안전 교육을 하지 않았거나 유기, 방임 등 명백한 잘못에만 책임을 묻던 판례와 달리 해당 학생의 인솔 교사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교사들의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학교안전사고예방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여전히 규정이 모호하고, 안전 인력 배치 기준 같은 구체적 지침이나 재정적 지원이 없어 ‘껍데기 법안’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실 밖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전인적인 성장의 기회가 바로 현장 체험학습이다. 그런데 교사 동행 없이 희망 학생만 주말에 외부 업체가 운영하는 탐방 프로그램에 참석하거나 학교로 외부 강사가 찾아오는 공연, 연주 프로그램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대체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아예 취소하거나 유보한 학교도 많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학창 시절 추억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진로를 탐색하고 경험을 함께하는 장이라는 학교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린다면 지식만 전달하는 학원과 다른 게 무언가.
학생의 죽음은 너무 비통한 일이지만 1인당 20명이 넘는 학생을 인솔하며 돌발 상황을 일일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교사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교육 당국이 면피성 공문과 매뉴얼만 잔뜩 내려보내고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지워서는 안전한 현장 체험학습을 담보하기 어렵다. 안전요원 지원을 늘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학생이 마땅히 누려야 할 학습권을 박탈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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