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공공기관 통폐합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산 담당 공무원과 민간 재정 전문가 등이 참석해 각종 예산 절감 방안을 논의하던 중 나온 주문이다. 방만한 운영을 하는 공공기관은 존재 자체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과거 정부들은 정책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공공부문의 몸집을 불려왔다. 현재 공공기관은 공기업 31개, 준정부기관 57개, 기타 공공기관 243개 등 331개로, 전체 정원은 42만3000명에 이른다.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298곳, 임직원 24만9000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낙하산 인사’를 꽂으려는 정부·정치권의 필요와, 조직을 키우려는 노조 등 기득권의 요구가 일치하며 유사·중복된 기관이 우후죽순 늘었다.
방만 경영이 계속되며 구조조정은 뒷전이 됐다. 지난해 말 현재 공공기관 부채는 741조5000억 원으로, 지난 정부 3년 동안 157조 원 증가했다.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방만 경영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공공기관의 빚은 국가채무로 잡히진 않지만 구멍이 나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숨겨진 나랏빚’이다. 민간에 맡겨야 할 부분까지 공공이 떠안으면서 전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된다.
역대 정부마다 임기 초반에는 공공기관 개혁을 외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확대의 관성이 되살아나며 용두사미에 그쳤다. 이왕 칼을 꺼내 든다면 기관 몇 개를 통폐합하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지 말고, 전체 공공기관을 제대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철저한 조직 진단을 바탕으로 유사·중복 기관의 통폐합, 비핵심 자산 매각, 효율적 인력 조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중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해 민간 기업이라면 진작에 망했어야 할 수준인 곳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의 난립과 방만 운영을 방치하면 결국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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