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당연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정부와 정치권이 여론을 의식해 전기료를 오랫동안 억지로 눌러놓으면서 ‘콩(생산 원가)보다 싼 두부(전기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금 체계가 왜곡된 상태다. 한국의 2023∼2025년 평균 가정용 전기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낮다. 최근엔 산업용 전기료만 올리면서 가정용이 산업용보다 싼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전기료를 제때 못 올린 한국전력은 총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낮은 전기료는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겼다. 지난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전력을 많이 소비한 나라이고, 1인당 전력 사용량은 세계 3위다. 폭염에도 가게마다 출입문을 연 채 에어컨을 켜는 ‘개문 냉방’은 당연하고 식당 바닥에도 전기로 난방 설비를 까는 식으로, 다른 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전기 소비가 많다 보니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저항이 커지는 구조다. 에너지 비용 증가를 감내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를 절약하는 소비 습관을 정착시켜야 한다.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재편하는 기술 혁신 노력도 필요하다.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왜곡된 가격을 정상화하면서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원가보다 싼 전기를 마음껏 쓰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모두 인정하고 공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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