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미래 아는 ‘시간여행자’의 금융 투자는 불법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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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할 주식 종목 미리 알고 사거나
주가 조작은 시장 건전성 무너뜨려
불공정 거래 척결 위한 대응단 출범
불확실성 견디고 얻은 수익이 값져

미래를 미리 알고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은 흥미로운 상상이지만 금융 시장에서 미래의 정보를 알고 거래하는 시간 여행과 같은 행위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 중요 정보를 미리 알고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다른 투자자들과 사전에 짜고 거래하는 행위 등은 모두 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미래를 미리 알고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은 흥미로운 상상이지만 금융 시장에서 미래의 정보를 알고 거래하는 시간 여행과 같은 행위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 중요 정보를 미리 알고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기거나, 다른 투자자들과 사전에 짜고 거래하는 행위 등은 모두 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 ‘어바웃 타임’(2013년) 주인공 팀은 스물한 살 생일에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두운 옷장에 들어가 두 주먹을 움켜쥐고 집중하면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처음에는 이 능력으로 데이트를 성공시키고, 시험 점수를 올리며 작은 이익을 챙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이익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능력을 사용할 때 진짜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여러분들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하시겠어요. 어떤 사람들은 큰돈을 벌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지금 성장한 기업의 주식에 미리 투자하겠다거나, 로또 번호를 외우겠다고도 합니다. 오늘은 금융 시장의 ‘시간 여행’ 같은 행위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 시장의 전제 조건은 신뢰와 공정한 경쟁

만약 우리에게 하루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내일 발표될 기업의 실적 뉴스, 다음 주 급등할 주식 종목을 미리 안다면 큰돈을 벌거나, 손실을 피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행위는 ‘내부자 거래’라고 불리고, 명백한 불법입니다. 실제로 상장 기업의 임원이 인수합병 발표 전 자신의 회사 주식을 사들여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가 적발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정 종목을 사자고 사전에 짜고 거래하는 ‘통정매매(通情賣買)’에 가담했다가 부당하게 번 돈을 환수당한 일도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이러한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기 위해 범정부 합동대응단을 7월 출범했습니다.

이런 거래가 불법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원래 경쟁을 통해 참여자가 공정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경제 질서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공정한 조건’입니다. 특히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신뢰의 핵심입니다.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은 존속할 수 없습니다.

● 시장의 ‘위험 인물’은 누구일까

시장의 ‘정보’를 둘러싼 위험한 인물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 ‘미래를 아는 사람’입니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상장사 경영진과 재무·법무·기업설명회(IR) 담당자, 외부 회계감사인과 변호사, 금융감독기관과 정책 부처 공무원, 국회의원과 보좌진, 규제나 승인 업무를 맡은 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이 정보를 지키는 것이 곧 시장의 신뢰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법은 이들의 거래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업무 특성상 ‘미래를 이미 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말과 행동만으로도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대형 기관투자가, 펀드매니저, 인기 애널리스트, 경제방송 진행자, 투자 인플루언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발언은 ‘자성적(self-fulfilling) 예언’, 즉 처음엔 근거가 없거나 불확실한 믿음이나 예측으로 시작해 실제로 현실이 되는 현상처럼 시장을 실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주가를 조작하는 사람은 이 부류의 극단적인 예입니다. 거래량과 가격, 투자 심리를 인위적으로 흔들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왜곡된 미래를 만드는 행위는, 시장 건전성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시장을 살리는 ‘미래 만들기’와 시장을 파괴하는 불법적 ‘미래 만들기’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 정정당당한 정보 취득은 어떻게

평범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당당한 수익의 기준을 살펴볼까요. 첫째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개 정보에 기반한 거래입니다. 기업 공시, 뉴스, 산업 보고서처럼 열린 자료를 깊이 분석해 얻은 정보는 공정합니다. 같은 정보라도 분석을 잘하면 돌을 보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얻은 수익은 떳떳합니다.

둘째는 속임수나 강제가 없는 거래입니다. 문제가 있는 중고물품을 속이고 비싸게 팔았다면 그 이익은 부당하지만, 모든 단점을 알린 뒤 거래했다면 이 경우 얻은 이익은 정당합니다. 세 번째는 시장 기능에 기여하는 거래입니다. 누군가 팔고 싶을 때 사주는 유동성 공급, 과도하게 오른 가격을 정상화하는 역할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홍수나 산불과 같은 재난 발생 지역에서 일부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이때 치솟은 가격은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인 것이지, 매점매석(買占賣惜), 즉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한꺼번에 사서 쌓아 두는 행위로 폭리를 취하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악덕 고리대금업도 이와 같은 이유로 정당하지 않은 이익 추구 행위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을 견디고 얻은 보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불안 속에서도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큰 이익을 얻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돈을 빌려준 기간 동안 본인은 그 자금을 쓸 수 없었으니 이때 얻은 수익은 그 대가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 투자 수익은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내일의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고,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시간을 견뎌 수익을 얻습니다. 그 과정이 있어 당당한 금융 투자 소득이 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떳떳한 수익으로 경제 성장의 열매를 함께 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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