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2.0’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대형 이벤트다. 회담에서는 상호관세율 15%,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약 486조 원)를 기둥으로 하는 기존 관세 합의의 후속 협상을 매듭짓고, 동맹의 현대화·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국방비 증액, 북핵 문제 대응 등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가늠할 핵심 쟁점이 다뤄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23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절묘한 전략적 선택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해 왔으므로,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번 방일은 1983년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 직전 한국 방문을 연상시킨다.
미국 워싱턴 일각에는 여전히 이 대통령이 반일·친중 성향을 지녔다는 의심과 오해가 존재한다. 이는 야당 지도자 시절의 일본, 중국 관련 발언을 확대 해석해 만든 일종의 프레임일 수도 있다. 이번 방일은 그러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행보가 될 것이다. 한일 관계는 트럼프 2.0 시대에 동병상련의 입장에 놓인 대표적인 양자 관계로, 한국에 일본은 대미 협상을 앞두고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며 협의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다. 더불어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구도 속에 끼어 있어 전략적 이해와 이익을 공유하는 부분이 크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양자 관계 자체로도 큰 의의가 있다. 첫째,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는 역사적 해다. 지난 60년 동안의 관계를 성찰하고, 글로벌 질서 변화에 걸맞은 대일 관계의 향방을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으로서는 계엄 사태로 인한 위기를 넘어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대일 외교 전략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둘째,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일본 정국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실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역사 문제에서는 누구보다 전향적인 시각을 가진 지도자다.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역사 인식 문제에 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방위적 미래 협력의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며, 개선된 한일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데 이번 회담은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상당 부분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 양국이 전략적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이번 정상 간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외교, 즉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을 행동으로 옮기는 회담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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