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내고 먹을 만한가”… 프리미엄 버거가 생존하려면[이용재의 식사의 窓]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1일 2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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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
이용재 음식평론가
한화갤러리아가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매물로 내놓았다. 2023년 6월 한국 1호점을 연 뒤 2년 만이다. 서울 5곳, 경기 2곳 등 총 7군데 매장을 운영해 지난해 기준 매출 465억 원, 영업이익 34억 원으로 흑자를 냈다. 일본 진출 가능성도 타진 중이었다. 왜 고작 2년 만에 매각을 시도하는 걸까?

햄버거는 ‘부드러움의 변주’다. 지방이 20%가량 섞인 간 고기로 빚어 구운 패티를 부드러운 빵과 치즈 등이 보좌한다. 양파나 양상추 같은 채소는 아삭함으로 단조로움을 막아준다. 파이브가이즈에서 ‘베이컨 치즈버거’(1만7400원)를 먹었는데 과자처럼 바삭하게, 제대로 구운 베이컨까지 모든 요소가 나쁘지 않았다.

버거만 보면 무난했다. 하지만 식사 전체의 경험은 애매했다. 베이컨 치즈버거에 가장 작은 감자튀김(6900원)과 탄산음료(3900원)를 곁들었다. 총 2만8200원을 썼다. 햄버거 한 끼의 객단가가 거의 3만 원인 셈이다. 세트 메뉴가 없고 가격대가 높다 보니 가장 작은 햄버거(9900원)에 감자튀김, 탄산음료를 사도 2만700원이 든다.

그에 비해 환경과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 끼에 2만∼3만 원이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요리 수준의 가격이다. 반면 매장은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긴 해도 개인 공간이 좁다 보니 고객 입장에선 불편하다. 더군다나 카운터에서 손님을 부르는 소리, 대화 소리에 경쟁하듯 틀어 놓은 록 음악까지 맞물려 시끄럽다(90dB). 느긋하게 즐기기가 어렵다.

미국에 살 때 집 앞에 파이브가이즈가 있어 종종 갔다. 매장에는 땅콩이 잔뜩 쌓여 있다. ‘맛있게 만들어 줄 테니 시간이 걸려도 먹으며 기다려 달라’는 의미에서 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매장에는 느긋함 없이 땅콩만 있다. 너무 시끄럽고 번잡해 땅콩은커녕 버거마저도 빨리 먹고 나가고 싶어진다. 3만 원 가까운 프리미엄 버거에 맞는 환경이 아니다.

파이브가이즈는 원래 싸지 않아 본토인 미국에서도 요즘 말이 많다. 한 끼 1인당 25달러(약 3만4000원) 수준이지만 기본 버거가 3.75달러(약 5200원)에 1인 식사 비용이 12달러로 절반 수준인 ‘인앤아웃’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다. 버거가 쭈글쭈글해 볼품이 다소 떨어지며 매장에서도 쟁반 없이 종이 봉지에 덜렁 담아 내주는 설정 또한 가격대와 맞지 않는다.

버거는 세계의 음식이다. 그렇다 보니 경쟁도 매우 치열해 거의 모든 가격대에 맞는 선택지를 찾을 수 있다. 1인당 3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국산 버거 브랜드에는 ‘브루클린버거조인트’가 있다. 버거는 좀 더 수제 같고 매장 환경도 훨씬 안락해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다. 조금 저렴한 걸 찾는다면 ‘쉐이크쉑’이 대안이다. 기본 메뉴가 각각 7600원(버거), 4900원(감자튀김), 3300원(음료)으로 합계 1만5800원에 즐길 수 있다. 파이브가이즈와 거의 5000원가량 가격 차가 난다.

가격과 경험의 간극 탓에 파이브가이즈는 어중간하다. 한 번은 호기심에서 먹지만 재방문은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당장은 흑자를 냈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매각하려는 건 아닐까? 감자튀김에 적합한 감자 품종을 찾아 1년 넘게 농가를 찾아다니며 육성해 상생 사례라던 노력이 결실을 채 보기도 전에 외면당하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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