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구진피티에프이 대표가 2023년 9월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을 달리다 엄지척을 하고 있다. 그는 당시 ‘지옥’을 경험한 뒤 “다시는 사막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올 6월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도 완주했다. 이종민 대표 제공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이종민 구진피티에프이 대표(51)는 2023년 9월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뒤 “다시 사막은 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에서 지옥을 제대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6월 열린 몽골 고비사막 마라톤 250km를 다시 완주했다. 그는 “어느 순간 사막을 달리는 나를 발견했다. 엄청나게 힘들지만, 그 고통을 참으면 말할 수 없는 쾌감과 성취감이 몰려온다”고 했다. 그는 오지를 달리며 고통을 견딘 뒤 느끼는 행복에 빠져 있다.
“아타카마사막 첫 구간부터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어요. 뜨거운 열기에 발바닥 피부가 견디지 못했죠. 뒤늦게 알고 보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이 4대 극지 마라톤 중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코스 세팅으로 악명이 높아요.”
이 대표는 첫날 35.3km를 완주하고 쉼터에 도착한 뒤 30분 동안 멍하니 누워 있었다. 사실상 정신 줄을 놓았다. 물집을 치료하고 다음 날 다시 달렸다. 발을 디딜 때 통증이 왔지만 걷다 보니 통증은 사라졌다. 2구간(37.5km)까지 잘 버텼다. 그는 “한 텐트에 6명이 자는데 첫째 날 한 명이 낙오했고, 둘째 날엔 특수부대 출신까지 포기했다”고 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4구간(44.4km) 체크포인트2에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당시 기온이 54도까지 올라 대회 주최 측이 ‘혹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대회를 중단시켰어요. 천재지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지라 시간을 벌자 ‘이제 1박 2일 5구간(81km)만 버티면 완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 6구간은 12km로 짧거든요. 그래서 꾸역꾸역 완주했어요.”
이 대표는 완주한 뒤 엉엉 울었다. 온갖 고통을 참고 해냈다는 성취감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겪어본 사람만 아는 것인데 발바닥 물집 통증이라는 게 처음엔 아프지만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져 그냥 걷게 된다. 물론 그 첫 고통은 참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젊었을 때부터 수영을 비롯해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달리기도 즐겼던 그는 2010년쯤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가 마라톤에 빠진 데에는 아버지 이무웅 씨(82)의 역할이 컸다.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100km 울트라마라톤, 4대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까지 이룬 아버지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사막에 가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의 마라톤 풀코스 기록은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이 대표는 철인 3종도 했다. “수영에 마라톤까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철인 3종에 눈길이 갔고, 사이클을 마련해 타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영은 매일 하고, 마라톤과 사이클은 주중 1, 2회 하고 있다. 2015년 10월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처음 완주했다. 2023년 아타카마사막에 가기 전까지 올림픽코스와 하프코스(수영 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10여 차례 출전하며 몸을 만들었다. 올림픽코스는 3시간 전후, 하프코스는 7시간 전후로 완주한다.
사막에 가기 3년 전부터 크로스핏(CrossFit)도 시작했다. 그는 “마라톤과 철인 3종을 했지만, 사막을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다양한 기구를 사용해 종합적인 운동 능력을 키운다. 운동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훈련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운동을 한 게 90kg이 넘는 체중에도 사막마라톤까지 완주한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는 트레일러닝에도 빠졌다. “꽃과 나무, 계곡, 산 정상 등 경치를 감상하며 달리는 게 좋다”고 했다. 올 2월 뉴질랜드 250km 울트라마라톤, 6월 고비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그는 내년 8월엔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하라사막 마라톤 출전을 고민하고 있다.
“사막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면 달릴 때의 고통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완주한 뒤 기쁨만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 지옥 같은 사막에 다시 가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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