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위기 결집 효과로 李 지지율 높았다… 경제가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0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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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
취임 100일 기준 지지율 세 번째 높아… 국가 위기엔 지도자 지지하고 결집
巨與와 역할 분담 지지율 떠받쳐… 낮은 20대 지지율은 구조적 요인
‘경제 나아졌나’ 평가, 지지율 가를 것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가 9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3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허니문 효과와 위기 결집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노규형 리서치앤리서치 대표가 9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3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허니문 효과와 위기 결집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허니문(honeymoon) 효과’와 ‘위기 결집(rally around the flag) 효과’로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서치앤리서치(R&R)의 노규형 대표(72)는 9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을 이렇게 분석했다. 취임 초 국민들이 가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위기 의식에 따른 결집 효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2∼4일 18세 이상 1002명·휴대전화 안심번호·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응답률 12.1%·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기준 63%로 김영삼(83%) 문재인(78%)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노 대표는 1980년대부터 선거여론조사에 첨단 조사 기법을 도입한 여론조사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00일 대통령 지지율을 어떻게 분석하나.

“취임 초기는 기대심리가 작용하고 언론이나 야당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 허니문 효과가 있다. 계엄 이후 나라가 혼란에 빠졌으나 대선 이후 정치 안정을 찾은 것에 대해 국민이 안심하는 분위기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국민들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공포와 불안, 위기의식을 느꼈는데 국가 위기 상황에 지도자를 중심으로 지지하고 뭉치는 위기 결집 효과가 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엔 보수층의 비토 정서가 매우 강했는데….


“뺄셈이 아니라 덧셈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이유라고 본다. 지지하지 않았던 중도층이나 보수층에서도 지지자가 유입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선 ‘상대 후보나 상대 당이 싫어서 투표했다’는 혐오 투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극렬 당원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선출된 대통령이 잘되길 바라고 기다려 준다.”

―R&R 정기 조사에선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관계가 있나.


“아직은 이렇다 할 경제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아 경제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증시 부양 정책 등 경제 정책에 대해선 긍정 평가 여론이 높아졌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과가 지지율에 매우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은 반사효과도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출향(出鄕) 호남인을 중심으로 수도권·충청권에도 교두보를 확보해 지지세를 넓혔다. 청년기에 노무현을 체험한 4050세대의 확고한 지지와 여성·환경·교육 등 이슈에서 2030 여성들의 지지까지 확보하고 있다. 대기업·공공기관 노조의 지원까지 든든한 우호적 기반도 갖췄다. 그에 비해 국민의힘은 그동안 배제와 뺄셈 정치로 지지 기반과 지역 기반을 스스로 축소시켰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진보층은 변화가 없었으나 중도에서 4%포인트, 보수에서 7%포인트 정도 지지를 철회했다. 특히 20대 남성 지지율이 가장 크게 출렁거렸다. 20대는 조 전 대표 사면을 ‘공정을 해치는 탈법’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본 것 같다. 대통령실도 조 전 대표 사면으로 지지율이 4∼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하던데,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청년층, 특히 20대 남성층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

“2025년의 20대가 겪는 현실은 2000년대 20대였던 현재 40대가 겪었던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지난해 ‘자기 생애에 영향을 미친 정치사회적 사건’을 조사했는데 20대는 10위 안에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노무현 탄핵이 없었다. 그 대신 n번방 사건(7위), 이태원 참사(8위), 미투운동(9위)을 꼽았다. 40대는 노무현 탄핵이 8위, 50대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8위였다. 20대는 노무현이나 광주 민주화운동의 영향력이 4050에 비해 크지 않은 것이다. 이런 기억이 구조화돼 투표 행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대 지지율을 단기간에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실 인사 논란이 지지율에 미친 영향은 어떻게 보나.


“100일을 돌이켜 보면 한미·한일 정상회담 등 대외 이슈가 많았다. 대통령은 외교와 민생 등으로 언론 노출을 많이 했고, 인사나 인사청문회는 주로 민주당이 나섰다. 첫 인사에서 다수의 국회의원들을 임명하고, 국회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이 든든히 받쳐주면서 인사청문회를 무리 없이 치르기도 했다. 대통령이 인사를 전횡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강선우 자진 사퇴’ 등도 비교적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긍정·부정평가 이유 1, 2위에 외교와 경제·민생이 모두 들어갔다.

“대통령 평가 기준은 조사 당시의 국정 현안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한쪽에선 긍정적으로, 다른 쪽에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복잡한 정치 사안에 대해 자기가 좋아하는 지도자의 행보에 동조하는 현상, ‘리더 단서 효과(leader cueing effect)’도 있다. 6월 R&R 조사에서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63%가 참석해야 한다고 답했다. 진보층도 64%였다. 대통령이 불참한 이후 참석했어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진보층에선 18%만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 결정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임기를) 마칠 때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인척·측근 비리는 지지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촉발 사건(triggering event)’도 단기적 변화를 일으킨다. 세월호 참사나 윤석열 정부 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대표적이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경제다. 경제 평가는 개인적·국가적 차원, 성과에 대한 회고적 평가, 전망적 평가로 나뉘는데 ‘나라 경제가 그동안 나아졌는가’라는 회고적 평가가 지지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정파적 성격이 약한 유권자들에겐 그런 경향성이 더 뚜렷하다. 따라서 국가 경제 상황을 호전시킬 정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사건’이 아닌 ‘시간’이다. 거의 모든 역대 대통령이 시간이 지나며 지지율이 하락했다. 긍정보다 부정이 앞서는 교차 현상이 일어나면 긍정이 부정을 다시 앞서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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