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무명 영화감독에서 ‘깐느 박’이 된 박찬욱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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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62·사진)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영화 ‘헤어질 결심’(2022년)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며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인물입니다.

박찬욱은 서강대에서 철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영화 동아리에서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을 본 뒤 영화에 매혹돼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서른의 나이에 충무로 연출부 생활을 거쳐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으나 흥행과 평단 모두에서 외면당했고, 두 번째 작품 ‘3인조’ 역시 실패했습니다. 좌절 속에 생계를 위해 영화 평론을 쓰며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절의 집요했던 영화광 기질과 평론가다운 분석력은 훗날 그의 영화적 개성을 이끄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전환점은 제작사의 제안으로 연출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였습니다. 박찬욱은 이 작품의 성공으로 대중과 평단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어 ‘복수는 나의 것’으로 시작된 ‘복수 3부작’은 ‘올드보이’에서 절정을 맞습니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는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전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영화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에서 그는 인간 내면의 속죄와 구원, 금기를 건드리는 사랑을 집요하게 탐구했습니다. 폭력과 욕망, 뒤틀린 멜로의 결합은 박찬욱 특유의 미학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그의 작품세계는 세계인들의 감성을 움직여 ‘올드보이’에 이어 ‘헤어질 결심’으로 칸 감독상을 받으면서 ‘깐느 박’이라는 별명을 굳혔습니다.

박찬욱은 사회적 메시지도 적극적으로 내놓았습니다. ‘아가씨’로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받던 자리에서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강조해 영화가 사회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실패와 무명의 시절을 지나 오늘날 칸, 베니스, 아카데미 등 세계 주요 영화제와 시상식에 초청받는 거장으로 올라선 박찬욱은 장르적 실험과 독창적 서사로 세계 영화사에 자신만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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