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키운 눈, 세상을 읽다… 사모펀드 거인 루벤스타인[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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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올해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삼성, SK, 현대차, LG그룹 회장과 함께 엔비디아, 칼라일그룹, 보잉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해 한미 간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칼라일그룹 공동회장이자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주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구단 유니폼을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블랙스톤, KKR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일을 이끈 루벤스타인은 미 볼티모어의 유대인 집안 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우체국 직원으로 평생 연 7000달러 이상을 벌어본 적이 없었고, 어머니는 옷 가게 점원으로 일했다. 유복하진 않았지만 독서를 강조한 부모님 덕분에 루벤스타인은 여섯 살 때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라’고 말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은 그의 삶에 꿈을 심어줬다. 그는 대통령 자문가가 되고자 듀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시카고대 로스쿨을 거쳐 법률가로 경력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그는 지미 카터 대통령 선거캠프를 거쳐 백악관 국내 정책 부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카터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하루아침에 낙오자로 전락했다. 작은 로펌에 몸을 붙일 수밖에 없었지만, 변호사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는 한 기사를 보게 된다. 윌리엄 사이먼 전 재무장관이 투자금 100만 달러에 회사 자산을 담보로 7900만 달러를 빌려 해당 회사를 인수했고, 이후 경영 개선 작업을 거친 뒤 되팔아 200배 수익을 남겼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길을 보게 된 그는 1987년 윌리엄 콘웨이, 대니얼 다니엘로와 함께 각각 자금 유치, 투자, 운영을 담당하며 칼라일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루벤스타인은 정부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인맥과 정보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분야에서 그의 정계 인맥이 빛을 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기존 금융회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뉴욕이 아닌 정계의 중심지인 워싱턴에 본사를 둔 칼라일은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투자로 성공을 거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해 전직 국방장관, 국무장관 등을 영입해 존재감을 키웠다.

루벤스타인은 금융 경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정치, 경제, 지정학적 흐름을 읽어내는 큰 그림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인수합병 외에도 벤처캐피털, 부동산, 인프라 등 분산을 주도해 사모펀드의 영역을 확장했다. 중동국부펀드와 아시아, 유럽 자본을 끌어들여 사모펀드의 글로벌화도 이끌었다.

그는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과 함께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세계 거부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로 환원토록 약속하는 캠페인)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특히 그는 미국 역사와 국가 관련 프로젝트에 집중해 기부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독서로 성장하고, 정치적 좌절을 딛고 일어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며 금융의 새 시장을 개척한 그는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서 여전히 케네디의 연설에 가슴 뛰었던 12세 소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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