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구독자 361만 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가 ‘빵플레이션’(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 논란에 불을 확 지폈다. 8월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팝업 매장 ‘ETF 베이커리’를 열어 ‘990원 소금빵’을 내놓으면서다. 여기에 한국제과기능장협회가 이달 2일 공문으로 대응했다. “국내 제과제빵 제품의 가격 구조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폭리가 아닌 구조적 현실 탓”이라고 밝혔다.
이 ‘구조적 현실’을 두고 양대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와 몇몇 기업의 밀가루, 설탕 등 원료 독과점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좀 다르게 들었다. 고급 제과제빵용 초콜릿이나 과일 퓌레, 중저가용 유화제나 안정제 등을 유통 및 생산하는 업체가 진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양대 프랜차이즈조차 이들의 제품을 써야 빵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의 빵값은 정녕 비싼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좋은 재료만 써서 만든 개인 빵집의 제품은 비싸다. 반면 지하철역 160곳의 ‘빵 1개 1500원’ 매장도 성업 중이다. 현실을 찬찬히 뜯어보면 ‘빵값이 비싸지 않기가 어렵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무엇보다 밀가루부터 견과류, 버터나 올리브유 등 핵심 재료 가운데 국산이 거의 없다.
우리는 부드럽고 부재료가 많이 들어간 빵을 선호한다. 밀가루에 우유, 버터, 계란 등을 더한 반죽에 호두나 무화과 같은 것들을 잔뜩 채워야 빵이라고 여긴다. 7월 기준 개당 688원인 계란, 유가 연동제 탓에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우유, 국산이 질이 낮은데 더 비싸 수입산에만 의존해야 하는 버터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빵이 싸기란 어렵다.
‘빵값이 원래 비싼데 어쩌겠냐’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빵은 궁극적으로 재료가 아닌 사람이 만든다. 재료 탓에 불가피하게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면 사람의 몫, 즉 맛과 기술을 더 엄밀히 봐야 한다. ‘돈값’을 하는 빵집은 의외로 아주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빵의 기술은 맛과 생김새, 그리고 생산량의 두 갈래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효모의 발효로 부풀려 만드는 게 빵인지라 못 만들면 바로 티가 난다.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지 않고 표면이 쭈글쭈글하거나 잘랐을 때 큰 구멍이 덩그러니 나 있으면 잘 못 만든 빵이다. 이런 빵들은 대체로 생밀가루 냄새(저발효)나 쉰내(과발효)가 난다.
생산량은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요소다. 중요한 제빵 기술 중 하나가 다양한 빵을 많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소품종 소량 생산을 자랑인 양 여기는 곳이 많다. ‘오픈런’의 대상이 되거나 영업 시작 후 바로 빵이 동나는 건 사실 성업의 방증이라 볼 수 없다. 적절한 수련을 쌓지 않고 단발성 수업만 들은 뒤 창업하는 이도 적지 않아 이런 기술적 문제가 생긴다.
슈카의 팝업 매장은 논란 끝에 7일 영업을 중단했다. 빵값의 현실은 일정 부분 받아들이되 품질에 대해 더 많은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고급 재료를 쓰지만 기술 수준은 낮은 개인 빵집’과 함께 양대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도 문제의 한 축이다. 이들의 빵은 얼핏 보면 비싸지 않은 것 같지만, 가격에 비해 수준이 낮다. 게다가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수준이 한국 제과제빵의 못마땅한 진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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