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백범 김구 꿈꿨던 ‘문화강국’ 여는 힘[기고/김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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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사)국어문화원연합회장
김덕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사)국어문화원연합회장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강조한 문화강국의 비전을 다시 환기시켰다. 백범 선생이 말한 ‘높은 문화의 힘’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도전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제 성장이나 군사 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의 힘이며, 그 중심에는 국어가 있다. 국어는 국민의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를 지키는 근간이며,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국어 문화 정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첫째, 국어 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의 확산은 소통을 다채롭게 하지만 동시에 혐오 표현과 허위 정보가 언어문화를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정부는 올바른 국어 사용과 언어 윤리에 기반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비판적 매체 문해력을 기르고, 온라인 혐오 언어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둘째, 다문화 사회 진입에 대비한 국어 정책이 필수적이다. 저출산·고령화의 흐름 속에서 이민과 다문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때 국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공동체 정체성을 형성하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을 제도화하고, 지역 사회와 기업이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공통의 언어로 소속감을 나눌 때 사회는 갈등이 아니라 다양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셋째, 문해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국어 문화 정책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청소년, 노년층, 장애인, 저소득층 등 글과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계층을 위한 맞춤형 국어 교육과 자료 제공이 중요하다. 이는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의 통합을 열어줄 핵심 과제다.

넷째, 전통과 변화를 아우르는 언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동시에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무분별한 변화를 방치하면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전통적 가치와 언어 유산을 함께 보존하는 균형을 위해 학계, 예술계, 시민 사회가 협력해 보존과 발전을 병행하는 체계를 세워야 한다.

다섯째, 한국어와 한글을 기반으로 한 ‘독자 인공지능(AI)’ 개발이 시급하다. AI를 외국 기술에 의존할 경우 한국어와 한국 문화적 맥락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독자 AI 구축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언어 주권과 문화 정체성을 보전하는 전략 과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한국형 AI는 한국어와 K콘텐츠를 세계에 확산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백범 선생의 문화강국론은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올바른 국어를 중심으로 건강한 언어 환경을 조성하고, 다문화 사회를 통합하며, 문해력 격차를 줄이고, 전통을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하며, 더불어 한국형 AI까지 구축한다면 대한민국은 굳건한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는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한류 확산의 원동력이다. 미래 세대에 이 유산을 어떻게 계승하느냐가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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