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마하’ 정책에 ‘백신 전쟁’ 빠진 美[이창수의 영어&뉴스 따라잡기]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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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장관(왼쪽)이 7월 30일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장관(왼쪽)이 7월 30일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백신 불신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장관의 반(反)백신 정책에 미 공중보건이 격랑에 휘말려 있다.

케네디 장관은 취임 전후 백신 접종을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walk a tightrope between)를 해왔다. 상원 청문회 때는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고, 현재의 백신 승인과 모니터링 제도를 유지하겠다(keep current vaccine approval and safety monitoring systems intact)고 약속했다. ‘intact’는 ‘원래대로, 손상되지 않은’이란 뜻으로 ‘keep … intact’, ‘remain intact’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마하(MAHA·Make American Healthy Again·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정책을 추진할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Nothing is going to be off-limits”라며 백신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암시했다. ‘off-limits’는 원래 출입금지구역을 뜻하지만, 관용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의 의미로 쓰인다. 예컨대, “Inviting Taiwanese officials into the embassy has been off-limits for U.S. ambassadors”(미 대사가 대사관저로 대만 관리를 초대하는 것은 금지돼 왔다)와 같이 활용된다.

5월 들어서 케네디는 정부의 접종 권고를 크게 후퇴시켰다(significantly rolled back COVID vaccine recommendations). 65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은 허가하면서 건강한 아동이나 10대, 임산부에 대한 접종 권고 정책은 폐지했다. ‘roll … back’은 규제(regulations), 구독료(subscription fee), 소프트웨어 업데이트(software update) 같은 것을 철폐, 취소하거나 과거의 수준으로 되돌려 놓는 것을 뜻한다.

케네디는 아예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백신자문위원회(ACIP) 위원 전원을 해고했다. 그는 “백신 과학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청소가 필요하다(A clean sweep is necessary to reestablish public confidence in vaccine science)”고 역설했다. ‘clean sweep’는 ‘대청소, 싹쓸이’란 뜻으로, “The singer made a clean sweep at the awards ceremony”(그 가수는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했다), “The basketball team achieved a clean sweep of the tournament”(그 팀은 토너먼트에서 연승을 거뒀다)처럼 사용한다.

폭스뉴스는 대량 해고를 ‘firing spree’로 묘사했다. ‘spree’는 어떤 것을 몰아서 한 번에 대량으로 하는 상황으로, ‘go on a shopping spree, a Netflix spree, a cyberattack spree’ (쇼핑, 넥플리스 시청, 사이버 공격을 마구 하다)처럼 쓰인다. ACIP 위원들은 CNN에 “대량 해고는 과학계에 대한 복부 펀치(a gut punch to the scientific community)”라고 묘사했다. ‘gut punch’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을 뜻한다.

캐네디는 나아가 8월에는 백신 연구기금을 대거 삭감하고(slashed funding for), 자신과 충돌을 빚은 CDC 소장을 해고했다(ousted the CDC head).

이 같은 행보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원은 9월 초 청문회를 열고 케네디를 불러 따졌다. 집권 공화당 의원들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a one-size-fits-all) 백신 정책은 없다”며 옹호했지만,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정책이 미래 유행병과 관련 미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puts the U.S. at risk for future pandemics)”고 비판했다.

주지사들도 이 논란에 가세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주는 어린이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지침을 폐지했다. 이에 대해 “혼자 ‘무데뽀’ 행동을 한다(go rogue)”는 비판이 나왔다. ‘go rogue’는 ‘명령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는 동맹을 맺고 저항하고 있고, 하와이 주지사는 케네디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called for Kennedy to step down). 미국 내 백신 접종을 둘러싼 충돌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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