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의사제를 최대한 빨리 도입하겠다”며 “(의대) 증원이 필요하면 정원을 늘려서 하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별도의 대입 전형으로 일정 인원을 선발해 정부가 학비를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지역에 남도록 하는 제도다. 지역의사를 의대 정원 내에서 뽑으면 일반 의사 정원이 줄어드는데, 전체 정원을 늘려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현재 의사 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정원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의대 증원 가능성 얘기만 나와도 또 의료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초 의대 정원을 5년간 1만 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후 1년 7개월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집단으로 병원과 학교를 떠났다가 복귀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결국 의대 증원은 첫해 1500명 정도만 늘려 뽑고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도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 늘리려다 의료계의 총파업에 백기를 들어야 했다.
의대 증원이 번번이 환자들에게 피해만 주고 무산된 건 의료계의 집단 이기주의 탓도 있지만 정부가 의사 수급을 결정하는 회의체 구성과 과학적 추계 작업을 건너뛰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명분을 준 책임이 크다. 의정이 협의체를 꾸려 인구 구조 변화와 의료 기술 발전 등을 감안한 적정 의사 추계를 하고, 교육과 수련 역량을 감안해 정원을 결정해야 후유증이 없을 것이다. 또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등 지역의사제에 대해 제기되는 위헌 소지의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 분야에서 필요한 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와 의대가 없는 지역에 국립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두 필수의료를 확충하고 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은 인구 대비 의대가 많고 의대 신설과 부속병원 설립 및 운영에 수천억 원이 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의 국립 의대와 영세한 의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 주민과 일선 의료인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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