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500만 원, 내부 종사자 20억 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의사와 약사 면허를 빌려 불법 개설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면대)약국 신고 포상금으로 내건 최고 액수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담합 신고자에게 주는 포상금(30억 원)보다는 적지만 간첩 신고 포상금과 같고 로또 1등 평균 당첨금(21억 원)에 맞먹는다. 그만큼 국민 건강을 해치고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문제가 심각하다.
▷법적으로 병원은 의사나 의료법인 등이, 약국은 약사나 한의사만이 개설할 수 있다. 그런데 사무장병원은 의사 면허를 월 1000만 원 내외, 면대약국은 약사 면허를 수백만 원을 주고 빌린 뒤 의사와 약사를 고용해 운영한다고 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사무장병원은 치과와 요양병원 등 196곳, 면대약국은 89곳이다. 이들 285개 기관이 건보공단에서 타낸 돈이 837억 원. 기간을 14년으로 늘리면 이들이 건보 곳간에서 빼간 금액은 3조4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환수에 성공한 금액은 7%도 안 된다. 보건당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수사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린다. 그동안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폐업 후 증거물을 없애고 잠적하면 그만이다. 애초에 보건당국이 찾아내기도 어렵다. 사무장병원은 개원하고 평균 6년 5개월, 면대약국은 개국하고 평균 7년 9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적발된다. 보건당국에 걸릴 때까지 35년간 불법으로 운영한 병원도 있다.
▷이윤 극대화가 목적인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항생제와 수면제를 과다 처방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강요하는 비율이 일반 병원과 약국보다 훨씬 높다. 최근 광주에선 가짜 입원 환자 20여 명의 진료 기록을 조작해 건보 급여 2억 원을 타낸 사무장병원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사건이 2018년 47명이 숨지고 112명이 다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다. 이 병원은 병상을 늘리고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도 안전 시설은 부실하게 관리하다 대형 인명 피해를 냈다.
▷건보공단은 해결책으로 공단에 수사권(특별사법경찰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수사를 3개월 만에 마쳐 연간 2000억 원의 건보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엔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민간인에게 수사권을 주기보다 이미 수사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부서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수사 장기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각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병원 원장이나 개설 약사가 수시로 바뀌면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단골 환자 때문에 병원이나 약국 이름은 잘 안 바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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