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열려 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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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유엔에서 ‘대한민국’ 33번 외쳐
‘자유민주 외 길 없다’는 소명 받아들인 것
반면 국회와 민주당, 反자유-逆민주 현실
정치권은 본궤도서 평화통일 기반 닦아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국민을 대표해 연설했다. 채 20분이 되지 않는 연설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33차례나 언급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어떤 의도가 깔려 있었을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를 윤석열 정권이 시도한 계엄령을 억제하고 새로운 민주정치를 이끈 성과를 선언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과 적지 않은 야당 인사들 역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선포는 실책으로 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계엄 사태 이전까지는 대한민국의 정치 방향을 자유민주의 길로 복원시킨 게 엄연한 사실이다. 유엔에서 국호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연설은 김대중 정부 후반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보여 온 정치 방향을 자유민주의 길로 다시 끌어와 정착시키겠다는 선택으로 인식한다.

지난 8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출범부터 자유민주국가로 성장해 왔다. 자유민주주의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이 대통령이 국민을 대표해 33차례나 선언한 것은, 그 뜻을 역사적 잠재의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길이 대한민국 출범 때부터 먼 미래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게 국민의 염원이다.

그런데 유엔 총회 이후 현재까지 국내 정치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근현대 정치에서 보기 어려운 반(反)자유, 역(逆)민주의 수준 낮은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의 국회가 국민을 대표한다고 믿는 이는 드물다. 국회는 본래의 주어진 기능을 민주당에 빼앗겼고, 민주당은 잘못된 운동권 세력과 스스로를 ‘개혁의 딸’이라 지칭하는 집단에 실권을 내주었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에 소구력을 가진 인물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자유정신은 배제되고, 민주정치의 본령과 절차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의 정치적 경계선마저 무시한 채 월권 행세를 독점하는 모습이다.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인데, 대법원장쯤이야”라는 발언은 민주국가 어디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발상이다. 그런 주장도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가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법의 권한을 독차지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 만약 이것이 민주당 전체의 의도와 일치한다면, 국민은 민주당 정권의 이용 가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여야 정당이 대화를 나누고, 협치하는 민주정치의 열린 방향과 길을 재창출해 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80년 동안 국민은 4·19의 희생을 치르며 독재정권을 뒤로하는 강을 건넜다. 군사정권의 난국과 모순을 극복하면서 경제 창건에 성공했다. 또 권력의 후진성을 불식하며 법치민주국가의 기반을 세우고 정착시켰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 정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애국심을 품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다시 제 궤도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민족 통합과 통일된 조국을 되찾아야 하는 과업을 안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권들은 세계사의 현실과 공산정권의 본질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채 잘못을 거듭했고, 그 결과 오늘의 모순된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남북이 단순히 두 나라가 아닌, 두 갈래의 강물처럼 갈라졌다. 다시 합쳐지려면 지혜와 인내,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인간애의 정신이 필요하다. 정권과 정치 이념까지 모두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통일은 무엇보다 민족이 같은 국민의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강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자유도 그 순리를 따른다. 경제가 높아지면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문화와 정신적 가치도 마찬가지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억지로 끌어 올리려는 노력은 지혜롭지 못하다.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자유, 문화가 북쪽 동포들의 삶에 스며들면 공산정권은 스스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혜롭게 공론을 모아야 한다. 국민은 통일된 공존을 위해 북한 동포를 이끌고 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인적 교류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방법이다. 문화적 교류와 동질성 회복은 물론 공정한 경제 교류가 중요하다. 정치는 그 길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념과 목적이 다른 정권들이 과거에 취했던 접근과 정책은 한계가 있었다. 두 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려면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함께 수준 높은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통해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평화통일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민족과 정신문화의 동질성은 언젠가는 반드시 되찾게 돼 있다. 북한 동포를 향한 우리의 의무는 인간애의 정신이다. 길은 열려 있다. 그 길을 가지 않고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애국심#이기심#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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