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2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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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은 13만 명을 넘겨 지난해보다 30% 늘었다고 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游客·유커)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여파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쓴 돈은 지난해 평균 1622달러(약 230만 원)로 압도적 1위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시행되는 무비자 조치로 중국인 100만 명이 추가로 방한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단순 계산해도 2조3000억 원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얼어붙은 국내 관광 산업과 내수 경기를 되살리고, 사드 갈등 이후 골이 깊어진 한중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혐중(嫌中), 반중(反中) 시위다. 유커 무비자 입국을 계기로 이들을 겨냥한 혐오 발언과 음모론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야당인 국민의힘이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등 이른바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건강보험 혜택도, 선거권도, 부동산 거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데 중국인은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의료, 선거, 부동산 쇼핑을 하고 있다”며 “바로잡아야 할 국민 역차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2만 원이 안 되는 건강보험료를 내고 수천만 원 혜택을 받는다”고 했지만, 그런 사례가 있더라도 극히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국내 체류 중국인들의 건보 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202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수백억 원대 적자 또한 통계 오류로 밝혀져 적자 폭이 줄거나 흑자로 수정됐다. 더구나 이런 논리라면 특정 국적자 대상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다면 나라별로 일일이 법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를 소유한 외국인은 미국인이 중국인을 훨씬 앞선다. “왕서방들이 실제 살지도 않으면서 월세를 받아 간다”고 했지만, 중국인 보유 아파트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구로구, 영등포구 등에 몰려 있다.

▷앞서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무비자 입국 중국인들로 인해 “마약 유통과 불법 보이스피싱 등이 확산될 수 있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원내 제2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중 정서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분별한 반중, 혐중 정서를 확산시키고 한중 관계 개선의 싹을 꺾는 건 국익과 직결된 문제다. 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일본의 혐한(嫌韓) 시위를 비판했던 기억이 선명한데, 이젠 우리가 누군가를 혐오하는 주체가 됐다니 씁쓸할 뿐이다.

#중국인 관광객#무비자 입국#인천국제공항#국경절 연휴#한중 관계#혐중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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