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美 US스틸 전신 세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 동아일보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US스틸이 올해 일본 기업에 매각됐습니다. 이로써 ‘산업의 기둥’으로 20세기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미국 철강산업은 역사의 변곡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US스틸은 새 모기업인 일본제철과 함께 2028년까지 110억 달러를 투자해 100년 넘은 제철소 설비를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이달 초 밝혔습니다.

역사적 변화기에 떠오르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있습니다. US스틸의 모태인 카네기철강회사를 설립한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사진)입니다. 스코틀랜드 던펌린의 가난한 방직공 가정에서 태어난 카네기는 생계를 잃은 부모를 따라 미국 피츠버그로 건너간 이민자 소년이었습니다. 용광로 화부, 전보 배달부를 거쳐 1853년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에서 비서 겸 전신 기사로 일했습니다. 그 시기 그는 철도·철강·석유·운송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성장 산업 구조를 차근차근 몸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카네기는 석유 사업으로 초기 자본을 마련한 뒤 이를 철강업에 집중 투자해 US스틸의 전신인 카네기철강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석탄 채굴, 운송, 제강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미국 철강 생산을 사실상 독점했습니다. 훗날 그의 회사는 JP 모건에 인수돼 ‘US스틸’로 재편되며 세계 최대 철강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성공의 이면에는 독점, 노동 탄압, 정경 유착이라는 19세기식 산업화의 그늘도 있었습니다. 특히 1892년 홈스테드 제강소에서는 임금 삭감과 공장 폐쇄로 벌어진 파업과 노동자 사망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는 카네기의 경영 방식이 초래한 대표적 비극이자 미국 노동사의 비극으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말년에는 ‘부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개념을 시대보다 앞서 실천한 인물입니다.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라는 신념에 따라 그의 고향 던펌린에 도서관을 기증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곳곳에 2500개가 넘는 공공도서관과 대학, 문화 시설 등이 설립됐습니다. 그는 생전 재산의 90%를 기부했습니다.

US스틸 매각은 카네기 이후 한 세기 넘게 지속된 미국 철강 사업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격변하는 21세기 전략산업의 지형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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