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선희]이중 요금제 도입하는 주요국… 한국 문화재라고 안 될 것 있나

  • 동아일보

박선희 문화부 차장
박선희 문화부 차장
한국 관광객도 즐겨 찾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유명 관광지가 올해 들어 비유럽 외국인 입장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기존 22유로(약 3만8000원)에서 33유로로 45%나 뛰었다. 일본 역시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입장료를 외국인에게 차등 부과하는 이중 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워낙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관광지라 더 화제가 됐을 뿐, 사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올리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립공원 입장료를 인상했다. 연간 이용권 기준 80달러(약 11만8000원)였던 입장료가 외국인에게만 250달러로 3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외국인에게 더 높은 입장료를 부과하는 이중 요금제는 인도,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다. ‘관광객 등치는 제도’란 비판도 일부 있지만, 그보다는 관광 인프라 유지와 재정 확보, 무엇보다 자국민 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발 자국중심주의에 오버투어리즘 문제까지 심각해지면서 이런 기조가 각국으로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문화재 입장료는 어떨까. 경복궁 창덕궁 등 4대 궁의 입장료는 2005년경부터 내외국인 구분 없이 3000원이다. 가격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32유로)이나 이탈리아 콜로세움(28유로)과는 차이가 크고, 중국의 자금성 입장료(60위안·약 1만2000원)보다 낮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입장료는 1000원에 불과하다.

국립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마저도 무료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등 국가기반 문화시설을 무료로 운영해 왔다. 문화복지 확대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문화 접근권을 높이는 데 성과를 거둔 제도였다. 그러나 최근 연간 방문객 600만 명을 돌파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설 유지·관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입장료 정책 재검토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국가유산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은 궁·능 요금 현실화와 입장료 유료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문화재나 박물관 입장료는 문화재 보존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점을 잡는 게 중요하다. 입장료를 헐값으로 책정할 경우 문화재 보수·유지가 어렵고 전시에 대한 관람자들의 기대를 낮출 수 있다. 반면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은 문화소외 계층이나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각국이 도입 중인 이중 요금제가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한 절충안이 될 수 있다. 이중 요금제를 통해 문화재 관리를 위한 재정은 마련하면서도 자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혜택은 강화하는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로 생길 사각지대를 줄이고 큰 폭의 입장료 인상으로 올 저항감도 줄일 수 있다.

K문화는 이미 그 자체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 문화재가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은 최소화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이중 요금제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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