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미술 세계 알린 ‘단색화 거장’ 정상화 화백 별세

  • 동아일보

“예술이란 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것을 시작하는 일입니다.”

‘뜯어내고 메우기’라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린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 화백(사진)이 28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32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인천사범학교 교사로 일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50년대 중후반부터 추상적 표현에 빠져들었고, 1970∼1980년대 일본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격자형 추상회화’라는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했다. 1992년 귀국해 경기 여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정상화 화백의 ‘Untitled 86-1-7’.  갤러리현대 제공
정상화 화백의 ‘Untitled 86-1-7’. 갤러리현대 제공
고인의 작품은 뜯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캔버스에 5mm 두께로 고령토를 발라 말린 뒤 접고, 고령토를 떼어내고 아크릴 물감을 바르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여러 번 구워내 완성까지 1년 이상 걸리기도 했다. 한때는 ‘벽지 같다’는 조롱을 받았다. 고인은 2023년 개인전에서 “그렇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참 바보스럽지만 그 자체가 내 작품”이라며 “격자를 구획한 선은 내 실핏줄이고, 작품은 곧 내 심장이 뛰고 철렁대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우환 박서보 작가와 함께 ‘단색화 3인방’으로 불린 고인은 세계 미술계에서도 한국 단색화를 우리말 소리대로 ‘Dansaekhwa’로 표기할 정도로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우환 화백도 “세계 어디서도 이런 장인 정신을 가진 작가는 보지 못했다”며 존경을 표했다. 고인의 작품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허시혼미술관과 홍콩 M+, 아랍에미리트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에도 소장돼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30일.

#단색화#정상화#한국미술#추상회화#별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