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4개’ 장애 극복한 교사… 학생들 “용기 얻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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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한울중 김한음 교사
태어날 때부터 양손 손가락 각4개
“콤플렉스 아닌 정체성” 당당한 모습
학생들도 편견 극복 “신경 안써요”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한울중학교 1학년 1반 교실에서 과학 교사 김한음 씨가 부력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씨는 선천적으로 양손에 손가락이 각각 4개인 지체장애 3급 중증장애인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게 부력이에요. 여기까지 괜찮아요?”

스승의 날을 사흘 앞둔 12일 오후 서울 금천구 한울중 1학년 1반 교실. 흰 실험용 가운 차림의 과학 교사 김한음 씨(28)가 수조에 띄웠던 빈 플라스틱 약통을 들어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사는 태어날 때부터 양손 손가락이 각각 4개, 총 8개인 지체장애 3급 중증이다. 6년 차 교사인 김 교사는 이 학교 1, 3학년의 과학 과목을 맡고 있다.

김 교사가 교단에 서기로 결심한 것은 과거 한 선생님 덕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선생님은 김 교사를 다른 보통의 학생들과 똑같이 대하며 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김 교사는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한 뒤 교직을 이수했다. 칠판 글씨 등 손을 자주 쓰는 업무 특성상 학생들은 김 교사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선생님으로 일하는 모든 나날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무례한 학생도 있었다. 한번은 학생이 일부러 김 교사에게 손가락을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을 하자고 악의적으로 제안한 적도 있었다. 김 교사는 그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김 교사는 “그래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나를 자신과 조금 다른 사람 정도로 여겨준다”며 고마워했다. 김 교사는 “예전엔 나의 장애가 나쁘고 싫었지만 그게 이제 내 정체성”이라며 “아이들에게도 ‘콤플렉스는 억지로 이겨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체성이 될 수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김 교사가 가르치는 한 남학생은 “선생님은 늘 여러 도구로 직접 원리를 보여줘서 좋다”며 “처음엔 선생님 손가락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신경 안 쓰인다”고 했다. 다른 여학생은 “장애를 아무렇지 않게 말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나도 학기 초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교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김 교사뿐만이 아니다. 뇌병변과 언어장애를 지닌 교사 이샛별 씨(35)도 인천 남동구 구월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국어, 수학을 가르친다. 장애로 손이 다소 흔들리고 말하는 속도가 조금 느리지만 수업하는 데엔 지장이 없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내 장애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장애 교사가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서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장애인 교원은 지난달 기준 전체 교원 34만1740명 중 4468명(1.51%)이다. 의무고용률(3.8%)의 절반이 안 된다. 강민희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률을 지속적으로 채우지 못하는 학교나 기관엔 불이익을 주는 등 추가 대책이 있어야 장애인 교원 비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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