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우승컵’ 연덕춘, 잃었던 韓이름 되찾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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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日오픈, 한국인 골퍼 첫 우승
공식 기록엔 일본명… 84년만에 정정
6·25전쟁 때 사라진 트로피도 복원

한국 최초의 프로골퍼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이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찍은 기념사진. 당시 일본 국적인 노부하라 도쿠하루의 우승으로 기록됐지만 올해 한국 선수 연덕춘으로 기록이 정정됐다. KPGA 제공
한국 최초의 프로골퍼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이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찍은 기념사진. 당시 일본 국적인 노부하라 도쿠하루의 우승으로 기록됐지만 올해 한국 선수 연덕춘으로 기록이 정정됐다. KPGA 제공
한국 골프 선구자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1916∼2004)이 일제강점기 잃었던 한국 이름과 국적을 84년 만에 되찾았다.

연 전 고문은 1941년 일본오픈 정상을 차지하면서 한국 골프 선수 최초로 국제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공식 기록상 연 전 고문은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德春)라는 일본 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것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KPGA와 한국골프협회(KGA)가 기록 정정을 요청했고, 일본골프협회(JGA)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식 기록이 바뀌었다.

KPGA와 JGA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선수 고(故)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행사를 열고 6·25전쟁 당시 사라졌던 연 전 고문의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복원해 공개했다. 우승자 이름을 ‘YERN DUK CHOON’(연덕춘)으로 고쳐 새긴 이 트로피는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원섭 KPGA 회장은 “이번 기록 변경은 대한민국 골프의 뿌리를 되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연 전 고문이 본인 의지로 일본 국적과 일본 이름을 택한 게 아니었을 것”이라며 “한국 이름으로 역사에 남는 게 맞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만장일치로 기록을 정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JGA는 올해 새로 설립한 일본 골프 명예의 전당에 연덕춘 선생의 헌액도 추진 중이다.

1935년 일본 프로 자격을 취득한 연 전 고문은 1958년 한국 최초 프로골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뒤 골프채를 내려놓았다. 1968년 KPGA 설립에 앞장섰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국 골프 발전에 힘썼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KPGA는 1980년부터 최저타수상을 ‘덕춘상’으로 명명해 시상하고 있다.

#연덕춘#KPGA#일본오픈#한국골프#기록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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